신용락 변호사가 서울 한강공원에서 사이클을 타며 두 팔을 들어 올리고 있다. 골프와 등산, 사이클로 건강을 다지는 그는 “투르 드 프랑스 등 세계적인 사이클 대회에서 1위로 통과하는 선수들과 똑같은 포즈를 하고 싶었다”고 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양종구 기자
“1998년 초 변호사 개업을 했는데 고민이 많았어요. 정의로운 사람만 대리하는 것도 아니고…. 새천년인 2000년을 앞두고 세상이 확 바뀔 것 같은 희망적인 얘기들이 나오기에 ‘나도 새로운 일을 찾아보자’는 생각으로 미국 유학을 생각했죠. 그때 선배 한 분이 책을 보내줬습니다.”
신 변호사는 마크 매코맥의 ‘하버드에서도 가르쳐주지 않는 것들’이란 책을 읽고 스포츠 전문 변호사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매코맥은 예일대 법학대학원 출신 변호사로 세계적인 스포츠 매니지먼트사 IMG를 창설한 인물이다. 신 변호사는 “매코맥은 어떤 일을 하든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매코맥은 학창시절 골프 선수로도 활약했고 골프의 전설 아널드 파머와 친하게 지냈다. 결국 세계적인 스포츠 에이전트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시 국내에 골프 전문 변호사가 없었다. 개인적으로 골프산업에도 관심이 생겨 공부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서울 한강시민공원 이촌지구에서 자전거를 들고 계단을 내려가는 신용락 변호사.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경희대 골프레저산업 최고위과정을 수료하며 유학 준비를 한 뒤 2000년 여름 가족과 함께 미국 샌디에이고로 떠났다. 샌디에이고골프아카데미에서 2년간 골프에만 집중했다. 주 3회 라운드를 포함해 매일 골프를 치면서 골프 지도자 자격과 매니지먼트 등 두 과정을 복수 전공했다. 그때 운동이 인간에게 주는 가치를 체득하게 됐다.
“몸을 움직이니 머리가 맑아졌습니다. 골프는 격한 신체운동은 아니지만 끝까지 공에만 집중하다 보면 세상만사를 잊을 수도 있죠. 물론 걸으면서 공을 치다 보니 신체적 건강도 따라왔어요.”
국내로 돌아온 뒤 레슨 프로로 활동하기도 했고 경기 이천의 뉴스프링빌CC 대표를 지내기도 했지만 변호사의 길을 다시 걸어야 했다. 아직 한국의 스포츠마케팅 시장은 그를 받아줄 여력이 되지 않았다. 사법연수원에서 ‘골프회원권 계약’ 등 강의를 했고, 골프 등 스포츠 관련 법률 대리를 하기도 한다.
“친구가 도와달라고 해서 2005년부터 경기 의정부에서 변호사 사무실을 함께 운영했는데 힘들었어요. 운동을 등한시하다 보니 몸이 좋지 않았죠. 2006년쯤 등산 마니아인 친구가 산에 가자고 해서 따라 다니기 시작했죠.”
신변호사는 친구들의 도움을 받으며 자전거를 시작한 그 해에 인천에서 부산까지 국토 종주 633km를 완주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인터넷 산악회 회원인 친구를 따라 오른 산은 너무 힘들었다. 늘 헐떡거리며 뒤에서 맴돌았다. 그해 겨울 눈 쌓인 북한산을 오른 뒤 설산에 빠져 매주 산에 오르다 보니 체력이 좋아졌다. 그는 “다음 해 봄부턴 산 오르는 게 즐거웠고 전국의 명산은 거의 다 올랐다”고 했다. 그때쯤 암벽등반에도 빠졌고 인수봉 등 명소도 올랐다. 그는 “등산은 대자연의 품속으로 들어가 한계를 극복하는 과정이다. 힘들지만 목표로 한 산 정상에 올랐을 때의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했다.
사이클 전도사를 자처하는 친구 2명의 도움을 받아 타기 시작해 그해 인천에서 부산까지 국토 종주 633km를 완주했다. 사이클은 시간 날 때 바로 탈 수 있어 좋았다. 새벽에 일어나 집 근처 50km, 주말엔 100km 넘게까지. 친구들과 경기도, 강원도 맛집을 정해놓고 달려갔다 오기도 한다. 그는 “사이클 타고 광화문, 서초동, 여의도를 오가며 일한 적도 있다”고 했다. 생활 속의 운동도 가능했다.
한때 73타(핸디 1)를 쳤던 골프 실력은 이제 보기플레이어(90대 타수)가 됐지만 사이클 타는 삶이 더 즐겁다. 땀 흘린 만큼 심신이 단련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몸 쓰는 시간이 너무 행복하다. 건강하니 피로감도 사라졌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