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벗드갈 몽골 출신·서울시립대 행정학 석사
몽골에서 지내며 드넓은 초원의 시원한 바람을 만끽한 탓일까. 두 달 만에 다시 돌아온 한국은 무더위가 아직도 한창인 것 같다.
필자는 최근 출산 이후 처음으로 다문화 연구에 조언을 해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다문화는 오래전부터 관심과 애정을 쏟고 있는 분야이기에 흔쾌히 수락하고 미팅 날짜를 잡았다. 그동안 수많은 외국인 관련 연구 활동에 참여했는데, 대부분의 연구 내용은 국내에서 합법적으로 생활하는 외국인이 대상이었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달랐다. 체류 자격과 상관없이 전체 외국인을 연구 대상으로 삼고 있었다. 외국인 및 다문화 인구와 관련한 중요성 인식이 보다 넓어지고 있다는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연구 질문은 다음과 같았다. ‘당신은 한국에서 여러 체류 비자 자격으로 생활해 왔는데 어떤 비자 자격으로 생활하는 게 가장 불편했는가’, ‘미등록 외국인 혹은 등록 외국인이 한국의 공공기관을 이용할 때 차별과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는가’, ‘한국 중앙 정부 및 지자체에서 어떤 노력을 해야 기관을 이용하는 외국인 수가 늘어날 수 있을까’, ‘외국인이 스스로 한국에서 자기 권리를 찾고 지킬 수 있도록 지자체에서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 등이었다.
현재 일자리를 찾기 위해 한국에 많은 외국인들이 건너오고 있다. 한국에서 거주하고 있는 전체 외국인은 2021년 기준 250만∼280만 명인데, 이 중 불법체류자가 약 40만 명이라고 한다. ‘불법’이란 딱지를 붙이고 생활하고 있는 외국인은 늘 숨어서 지내야 한다.
한국에서 일하는 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은 흔히 말하는 3D 업종에서 일한다. 필자 주변에도 매일을 열악한 노동 환경 속에서 힘들게 보내는 외국인 지인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이들은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부당한 대우를 겪어도 자신의 권리와 권익을 챙기는 방법을 제대로 모른다. 또 본인의 한국어 실력이 서툴러서 생각과 말을 표현하기 힘들다고 한다.
이렇듯 한국에서 불법으로 생활하는 이들의 입장도 안타깝지만, 한국 국민과 결혼한 이주민의 생활도 녹록지 않다. 가장 가까운 예로 올 7월 1일부터 서울시는 서울에 거주하는 임산부에게 1인당 교통비 70만 원을 지급하고 있다. 그러나 이 복지 혜택은 서울에 거주하고 있는 모든 임산부에게 지원되는 것이 아니다. 다문화가정 임산부는 서울시에 거주한 지 6개월 이상(주민등록 기준) 돼야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결혼 이주자 중에는 주민등록을 하지 않은 외국인이 적지 않다. 한국 귀화 조건도 까다롭고 심사 기간도 길다. 이런 까닭에 다문화 임산부는 서울시의 이번 지원에서 제외되기 쉽다.
얼마 전까지 임신한 몸이었던 필자는 이 정책을 보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배우자가 대한민국 국적을 지니고 있기에 그 자녀 또한 대한민국 국적을 가지고 태어날 것이다. 한데 이들은 세상이 나오기 전부터 차별을 받는 것은 아닐까. 다행히 수많은 다문화 인권단체와 활동가들이 애쓴 결과 올 9월부터 해당 정책이 완화될 수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한국은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외국인 노동자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일이 더욱 많아질 것이다. 다문화 사회로의 이행도 더욱 빨라질 수 있다. 다문화 정책이 보다 세심하고 꼼꼼해져 불필요한 사회 갈등이나 오해가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벗드갈 몽골 출신·서울시립대 행정학 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