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에 원전 수출] 이집트 원전 건설 수주, 엇갈린 평가
한국수력원자력(사장 황주호) 대표단이 25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러시아 Rosatom의 원전건설 담당 자회사 Atomstroyexport JSC와 엘다바 원전 2차측 건설사업 계약을 체결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한국이 2009년 수주한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자력발전소 건설 사업 이후 13년 만에 해외에서 원전 관련 사업을 따내면서 원전 생태계 복원을 위한 계기가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비록 핵심 기자재 수출은 아니지만, 원전 관련 공사 실적을 쌓은 만큼 향후 수주가 이어질 것이라고 원전 관련 업체들은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25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두산에너빌리티(옛 두산중공업)는 이집트 엘다바 원전 터빈 건물 공사를 맡게 된다. 원전은 원자로의 열로 만들어진 증기로 터빈을 돌린 뒤 터빈에 연결된 발전기에서 전기가 생성되는 구조를 갖고 있다. 터빈 건물은 통상 원전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
터빈 건물 공사는 엄밀히 봤을 때 건설 공사에 가깝다. 2009년 UAE 바라카 원전 프로젝트에선 당시 두산중공업이 원자로, 증기발생기 등 원전의 핵심 기기 제작을 맡았으며, 터빈 건물 등 발전소 시설은 현대건설이 시공했다. 하지만 이번 이집트 엘다바 원전 프로젝트에서 두산에너빌리티는 원자로나 터빈 등 핵심 기자재는 공급하지 않으며, 터빈건물만 짓게 된다.
그럼에도 이번 이집트 엘다바 원전 건설 수주를 통해 글로벌 원전 시장에 한국의 복귀를 제대로 알렸다는 평가도 있다. 한국의 원전 관련 해외 수주가 13년 만에 재개된 만큼, 향후 체코나 폴란드 등에서 한국형 원전 수출 가능성을 높였다는 것이다.
원전 중소기업도 이번 수주로 향후 일감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원전 보조기기를 주로 생산하는 중소기업 관계자는 “2조 원 규모 수주라면 이 중 1조 원 정도는 배관이나 압력용기 등 보조기기를 주로 생산하는 중소기업 일감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당장 일감이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은행 대출 등이 좀더 수월해져 기업 운영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 발주까지는 수개월에서 1년까지 더 걸릴 수 있어 그 사이에 관련 중소기업들이 버틸 수 있도록 조기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2024년부터는 신한울 원전 등 일감이 쏟아질 가능성이 높지만 탈원전으로 생산능력이 무너진 상태”라며 “중소기업 특화 연구개발(R&D) 지원이나 선발주 등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