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이 원숭이두창의 전파 양상이 과거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 발생 초기와 유사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파우치 소장과 H 클리포드 레인 NIAID 부국장은 26일 국제 의학학술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NEJM)에 기고한 사설에서 인체면역별핍바이러스(HIV)와 코로나19에서 배운 교훈이 원숭이두창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적었다.
파우치 소장과 레인 부국장은 5개 대륙, 16개국에서 발생한 528명의 원숭이두창 환자의 증상에 대한 연구 결과를 인용하면서 이 질병의 유행 양상이 과거와 달라졌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어 “지금까지는 간병인의 사례를 제외하면 가정 내에서 원숭이두창이 전파됐다는 근거는 거의 없다”며 “이 감염이 우발적인 접촉을 통해 전파되지는 않으며 병변에 반복적으로 장기간 노출돼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또 32개의 확진자 정액 샘플 중 29개에서 유전자증폭(PCR) 양성 반응이 나왔다는 점, 확진자의 23%는 입 안에, 73%는 생식기에 병변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을 들어 원숭이두창의 전파 경로가 성접촉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원숭이두창의 발생이 특정 영역(성소수자)에 국한될 것으로 가정해서는 안된다고 조언했다.
에이즈의 경우 유행 초기 원인 바이러스가 알려지지 않았고 대응 수단도 없었지만 원숭이두창은 원인이 규명돼 있고 백신과 효과적인 치료법이 개발돼 있다는 점에서 상황이 나쁘지만은 않다고 판단했다.
파우치 소장과 레인 부국장은 “현재 우리가 원숭이두창 발병의 역학적 특성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는 것을 고려할 때 에이즈 대유행 첫 해 동안의 상황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현명하다”며 “추가적인 사례에 대한 상세한 관찰과 지속적인 감시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