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후보지에서는 ‘민간 vs 공공’ 주민 갈등 지속 “주민 의견 적극 수렴해 갈등 합의점 찾아야”
정부가 주거환경 개선이 필요하지만, 사업성이 부족해 재개발이 어려운 마포구 아현동과 영등포구 도림동의 노후 주거지 등 서울 구도심 8곳에서 공공재개발을 추진한다. 다만, 기존 후보지 대부분에서 사업에 반대하는 비상대책위원회가 설립되는 등 공공재개발을 둘러싼 갈등이 계속되고 있어 신규 후보지 역시 사업 추진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토교통부와 서울특별시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 2월까지 공공재개발 사업 후보지 공모를 진행해 총 8곳의 신규 후보지를 25일 선정했다고 26일 밝혔다. 마포구 아현동 699 일대를 포함해 △영등포구 도림동 26-21 △종로구 연건동 305 △중랑구 면목동 527 △은평구 응암동 101번지 △양천구 신월5동 77 △구로구 구로동 252 △금천구 시흥4동 4번지 일대 등이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주민 30% 이상의 동의를 얻어 공모에 참여한 59개 사업지 중 노후도와 도로 접근성, 가구 밀도, 공급 효과, 사업 실현 가능성 등을 고려해 심사를 진행했다. 최종 결정은 ‘국토부·서울시 합동 공공재개발 후보지 선정위원회’ 심의를 거쳐 이뤄졌다. 국토부는 “계획대로 사업이 완료되면 주거환경 개선은 물론이고, 서울 도심 내 약 1만 채 규모의 신축 주택 공급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공공재개발 후보지로 지정된 마포구 아현동 699 일대. 국토교통부 제공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는 후보지 주민을 대상으로 현장설명회를 열고 개략적인 정비계획(안)과 사업성 분석 결과를 설명하는 동시에 의견 수렴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번 후보지 발표에 포함되지 않은 도봉구 창3동 일대와 서대문구 홍제동 일대 등 2곳은 사업방식 등의 추가 검토가 필요해 후보지 선정 여부를 추후 재논의할 방침이다.
후보지로 선정된 구역의 권리 산정 기준일은 공모 공고일인 지난해 12월 30일이다. 서울시는 이번에 후보지로 뽑히지 못한 구역이 향후 후보지로 선정될 경우 권리 산정 기준일을 올해 1월 28일로 일괄 고시할 예정이다. 만약 이 시기 이후 후보지 부동산을 매입했다면 현금청산 대상이 된다. 토지거래허가 및 건축허가제한은 후보지 선정 구역과 미선정 구역 모두 동일하게 추진하며, 후보지 선정일 다음날인 26일 고시 및 열람 공고한다.
공공재개발은 사업성이 부족하거나 장기 정체된 재개발 사업지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공공이 시행자로 참여해 사업 속도를 높이는 방식이다. 법적 상한의 120%까지 용적률을 높이는 대신 늘어난 용적률의 20~50%는 공공임대주택 등으로 기부채납 받는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지 않고, 인허가 절차도 간소화된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사업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공공이 아닌 민간 주도의 재개발을 원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탓이다. 공공 주도의 재개발은 일반적으로 민간 주도보다 주택 품질이 떨어지거나, 향후 가격 상승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특히 윤석열 정부에서 정비사업 방향을 공공에서 민간 주도로 선회하기로 발표하면서 이런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런 이유로 지난해 서울시에서 1차 공공재개발 후보지로 지정된 24곳 중 서울 동작구 흑석2구역을 포함한 20곳에서 사업에 반대하는 비대위가 꾸려진 상태다. 경기·인천의 공공재개발 후보지 4개 구역을 합한 총 24개 구역 비대위는 이달 30일 오전 공공재개발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 정부에서는 공공 주도, 현 정부에서는 민간 주도를 외치고 있기 때문에 그 사이에서 주민 갈등은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며 “결국 주민 소유의 주택을 재개발하는 문제인 만큼, 해당 지역 내 주민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고 어느 정도 합의를 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