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전자 MZ(밀레니얼+Z세대) 세대 직원들을 만나며 현장경영 보폭을 확대하고 있다. 15일 광복절 특별사면 이후 10여 일간 반도체 연구개발(R&D) 시설과 구내식당, 사내 어린이집을 방문하는 등 적극적인 현장 소통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이날 삼성전자 수원 사업장에서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에 근무 중인 MZ 세대 직원들에게 차기 전략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보고를 직접 받았다. 직원들은 삼성전자가 개발 중인 △마이크로 LED △Neo QLED △클라이드 게임 등 차기 제품 특징들을 이 부회장에게 소개하고 시연했다. 이 부회장이 전략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보고를 경영진이 아닌 MZ 세대 직원에게 보고를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부회장은 디바이스경험(DX) 부서 MZ 세대 직원들과 간담회도 가졌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MZ 세대의 관심사와 고민과 이들이 느끼는 삼성의 이미지에 대한 자유로운 의견 교환이 이뤄졌다. 혁신적인 조직문화 확산 방안과 회사 생활의 애로사항 등에 대한 논의도 나왔다고 한다. 이 부회장은 반도체와 VD 사업부 임직원들과 간담회를 가진데 이어 다른 사업장도 순차적으로 방문해 직원 소통을 확대할 계획이다.
광복절 사면 이후 이 부회장의 현장 경영 행보는 확대되고 있다. 복권 직후 경기 용인시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차세대 반도체 R&D단지 기공식을 첫 공식 일정으로 참석했다. 이어 서울 강동구 삼성엔지니어링 글로벌엔지니어링센터(GEC)를 방문해 경영진과 해외 건설 수주 전략을 논의하고 직원들을 만났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주도하는 ‘네옴 신도시’ 관련 수주전에 뛰어들 계획으로 알려져 있어 관련 논의가 진행된 것으로 전망된다.
이곳에서는 구내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사내 어린이집을 방문하는 등 사내 복지에 대한 관심을 가지기도 했다. 첫 번째 방문을 삼성의 핵심사업인 반도체 사업장을 찾은 데 이어 두 번째 행보로 비(非)전자 계열사를 택하며 현장 경영 보폭을 넓히려는 의도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 부회장의 경영 행보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로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달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제2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착공식 참석 등 해외 출장 가능성이 가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다. 해외 여러 사업장을 방문하면서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지원 활동에도 나설 가능성이 크다. 다음달 윤석열 대통령의 유엔(UN) 총회 경제사절단 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할 수 있다는 전망도 거론되고 있다. 재계에서는 사법 족쇄가 풀린 이 부회장의 연내 회장 승진 절차를 밟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