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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원경으로 외계인을 찾는다고?[신아형의 코스모스]

입력 | 2022-08-28 09:00:00



과학은 나날이 발전하고 우리 삶과 사회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지만 막상 과학을 이해하긴 어렵습니다. 첨단무기, 우주산업 등 오늘날 인류가 써내려 가는 과학의 역사를 최대한 쉽게 전해드리겠습니다.
 
과학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풍경을 끊임없이 바꿔놓습니다.
그 유명한 질량과 에너지 등가 공식(E=mc^2)으로 핵물리학 발전에 기여한 알버트 아인슈타인은 생전 “핵폭탄은 우리가 아는 세상의 본질을 뒤바꿔놓았다”고 했습니다. 그의 말대로 핵무기가 등장하면서 인간은 국경을 넘지 않아도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나라에 전쟁보다 더 두려운 재앙의 위협을 가할 수 있게 됐죠.
핵무기뿐이겠습니까. 오늘날 인간은 소형의 드론을 날려 특정 목표물을 파괴할 수 있게 됐고 우주 공간에서 군비 경쟁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제 일반인도 우주선을 타고 지구 밖을 여행할 수 있는 시대가 왔어요.
미국 천문학자 칼 세이건(1934∼1996)은 저서 ‘코스모스’에서 “인류는 코스모스에서 태어났으며 인류의 장차 운명도 코스모스와 깊게 연관돼 있다”고 했습니다. 오늘날 과학은 인류의 운명을 어떻게 바꿔놓고 있을까요. 인류가 만들어 가는 우주의 질서, 코스모스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제임스웹 일러스트(위)와 제임스웹 발사 전 모습. 미우주항공국(NASA)



지난달 제임스웹우주망원경(JWST)이 촬영한 심(深) 우주 관측 사진이 처음 공개됐습니다. 무려 135억 광년(1광년은 9조4607km) 떨어진 초기 우주의 빛까지 카메라에 선명히 담아내며 놀라운 성능을 자랑했는데요. JWST의 화려한 데뷔와 동시에 ‘그래서 JWST로 외계 생명체를 찾을 수 있는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습니다. 과연 JWST는 외계인을 관측할 수 있을까요?

본론부터 말하자면, JWST가 ‘저기 외계인이다!’ 하면서 사진을 찍어 보낼 가능성은 매우 희박합니다. 대신 외계행성(exoplanet)에 생명이 생존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 있는지 확인해볼 수는 있습니다. JWST가 이 임무를 어떻게 수행하는지 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용어사전 : 외계행성외계행성 : 태양이 아닌 다른 별 주위를 공전하는 행성을 뜻합니다. ‘Exoplanet'에서 ’exo'는 ‘바깥’이란 뜻으로 ‘extrasolar(태양계 밖)'의 준말입니다. 즉, 'exoplanet'은 태양계에 속하지 않은 행성들인 것이죠.  
●생명의 근원을 찾아서
 

WASP-96 분자 스펙트럼. NASA

 
JWST를 개발한 미국 항공우주국(나사·NASA)은 우주 사진들과 함께 흥미로운 그래프를 공개했습니다. 바로 지구에서 1150광년 떨어진 WASP-96 행성 대기의 근적외선 분자 스펙트럼입니다. WASP-96 대기를 분석한 표인데, 여기서 생명체가 생존하기 위해선 반드시 필요한 물질인 물(H₂O) 분자가 포착됐습니다. 위 그래프에 ‘H₂O’라고 적힌 곳들이 물 분자가 포착된 것을 보여줍니다. 이제 과학자들은 물이 있는 곳에 생명이 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가설을 전제로 더 광범위한 외계생명체 추적 활동에 착수할 수 있는 거죠.
 
용어사전 : 분자 스펙트럼분자 스펙트럼 : 대기를 구성하는 분자들이 흡수하는 빛의 파장을 나열한 그래프를 일컫습니다. 인간 지문이 모두 다르듯 원자와 분자가 흡수하는 빛 파장의 패턴은 각기 다릅니다. 어떤 범위의 빛 파장이 흡수됐는지를 통해 분자의 성분을 간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거죠. JWST의 경우 관측한 빛의 종류가 적외선 중에서도 파장이 짧은 적외선이라 ‘근적외선 분자 스펙트럼’이라고 부르는 겁니다.


●제임스웹의 모든 것, 적외선
사실 과학자들이 우주에서 물 성분을 발견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달 표면에도 물이 존재한다는 연구결과가 여럿 나왔죠. 그렇다면, 과거에 비해 JWST의 이번 관측이 더 특별한 이유는 뭘까요? 그동안은 불가능에 가까웠던 아주 먼 거리에 있는 외계행성의 대기를 분석해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가능했던 데에는 적외선의 역할이 큽니다.

현대인에게 필수품인 전자레인지에 쓰이는 마이크로파 다음으로 파장이 짧고, 사람의 눈에 보이는 빛인 가시광선보다는 파장이 긴 전자기파가 적외선입니다. 우리 일상에서 예로는 TV 리모컨에 적외선이 사용됩니다.

전자기파 스펙트럼. 한국과학창의재단 사이언스

 
이 적외선을 이용한 망원경이 천체 관측에 유리한 첫 번째 이유는 우주가 팽창하면서 빛의 파장도 길어지기 때문입니다. 우주는 138억 년 전 빅뱅이 일어난 이후 계속해서 팽창 중입니다. 때문에 원래는 가시광선으로 방출된 별빛이 우리(관측자)에게 닿는 시점에는 파장이 늘어난 적외선으로 포착됩니다.

 
두 번째 이유는 적외선이 가시광선보다 투과력이 더 강하기 때문입니다. 가시광선보다 파장이 긴 적외선은 우주 먼지나 가스 구름을 통과할 때 작은 입자들과 부딪쳐 흐트러지는 이른바 ‘산란 현상’이 덜합니다. 즉, 가시광선으로는 우주 먼지 등에 가려져 보기 어려웠던 별들의 관측도 가능해진 거죠.
 
적외선이 그토록 천체 관측에 핵심적 역할을 하는데 왜 그동안은 적외선을 사용하지 않았는지 의문이 생길 수 있습니다. JWST 이전의 허블 우주망원경도 주로 가시광선을 이용해 머나먼 거리의 행성을 보는 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용골자리성운 제임스웹 허블 망원경 촬영사진 비교. NASA


적외선 자체는 1800년 최초로 발견됐지만, 적외선을 관측해 천체를 연구하는 학문이 학계에 본격적으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말부터입니다. 이 학문의 선구자 중 한 명이 바로 JWST의 핵심 장비, 근적외선카메라(NIRCam) 등의 개발을 이끈 마샤 리케 미 애리조나대 천문학과 교수의 남편, 조지 리케 박사입니다.
 

리케 부부. 애리조나대 홈페이지

 
함께 JWST 개발을 이끈 이 부부는 지난해 애리조나대 교지 인터뷰에서 적외선천문학이 학자들에게 인정받기까지 어려움이 많았다면서 “천문학자들은 (가시광선이 아닌) 다른 파장을 가진 빛을 연구하는 데 회의적이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천문학자들은 천체 연구에 주로 빛의 정보를 이용하는데 당시만 해도 육안으로 관측이 가능한 가시광선의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우선시되었던 거죠.


프레드릭 윌리엄 허셜 사진. NASA


여기서 잠깐, 과학 역사 하나 알고 가실게요. 적외선은 독일 출신의 영국 천문학자, 프레드릭 윌리엄 허셜이 1800년 최초로 발견했습니다. 햇빛처럼 아무 색이 없는 백색광을 프리즘에 통과시키면 빛이 굴절돼 무지개색의 단색광 스펙트럼이 나타난다는 점을 이용했죠.

적외선 발견 실험


허셜은 프리즘으로 햇빛을 분산시킨 뒤 색깔별로 온도를 측정했답니다. 그 결과 색깔마다 온도가 달랐어요. 푸른색에서 붉은색 쪽으로 갈수록 온도가 높아졌죠. 허셜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적색 빛에서 떨어져 아무 색도 없는 공기의 온도를 재봤어요. 가시광선이 닿지 않는 곳인데도 공기는 뜨거웠습니다. ‘사람 눈에 보이지 않지만 열을 전달하는 전자기파가 있구나!’ 적외선 발견의 순간이었답니다.
 


●천체면 통과
JWST 성능이 대단한 건 알겠고, 적외선이 중요하단 것도 알겠는데 그래서 과학자들은 어떤 방법을 이용해 대기를 분석한걸까요?
 

천체면 통과 유럽우주국 자료 사진. 유럽우주국(ESA)



천체면 통과 애니메이션.

 
태양을 비롯한 별 대부분은 일정한 속도로 빛을 방출합니다. 다시 말해 무한정으로 긴 시간이 아닌 이상, 별이 방출하는 빛의 세기는 거의 일정합니다. 자, 이제 별 주변을 도는 행성이 있고, 우리는 그 상황을 관찰하고 있다고 상상해보세요. 행성이 별 앞을 지나는 순간 별빛 일부가 행성에 가려지면서 우리가 보는 빛의 세기가 줄어들겠죠. 이 현상을 ‘천체면 통과’라 부릅니다.

JWST는 WASP-96의 천체면 통과 현상을 6,4시간 동안 관측했습니다. 그 사이 WASP-96의 대기를 통과하지 못하고 흡수된 별빛의 파장을 분석했습니다. 결과는, WASP-96의 대기에서 흡수된 파장이 물 분자가 흡수하는 빛 파장 범위와 일치했던 것이죠.
 

●우주 어딘가에는 살고 있을 외계인에게

 

제임스웹으로 촬영한 은하단. NASA

 
우주에는 수만, 수억 개의 은하들이 있습니다. 위 사진은 JWST이 촬영한, 지구에서 약 46억 광년 떨어진 SMACS 0723 은하단의 모습인데요. 사진에 나타난 불빛 하나하나가 모두 은하입니다. 은하 안에는 또 수천, 수만 개의 별과 행성들이 있죠. 광활한 우주에 얼마나 많은 별과 행성이 있을지 사실 감이 잘 안 옵니다.

WASP-96에서 물 성분을 포착한 건 대단한 발견이지만 아직 시작일 뿐이에요. 아직 들여다보지 못한 행성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하지만 이제 우리에겐 JWST가 있으니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 보도록 하죠. 타이밍만 잘 맞는다면, 우주 어딘가에 있을 외계인과 인사를 나눌 날이 오겠죠?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듭니다. 생명체가 존재하기 위해 물이 필요하다는 것도 인간 중심의 가설이 아닐까. 어쩌면 산소와 수소, 탄소 없이도 살 수 있는 또 다른 세계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티

 
마지막으로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에 나오는 문구로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수많은 외계 행성들에도 생명이 살고 있을까? 만일 살고 있다면 외계 생명도 지구에서처럼 탄소를 기본으로 하는 유기물일까? 외계 생명은 지구 생명과 얼마나 비슷하게 생겼을까? 아니면 그곳 환경에 적응하느라, 우리와는 판이하게 다를까?...우리가 지구 생명의 본질을 알려고 노력하고 외계 생물의 존재를 확인하려고 애쓰는 것은 실은 하나의 질문을 해결하기 위한 두 개의 방편이다. 그 질문은 바로 ‘우리는 과연 누구란 말인가?’이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