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어휴, 하필 타이밍이 이렇게 됐을까….”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26일 국민의힘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 체제에 대한 효력을 정지한 법원 결정이 나온 직후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같이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내각, 국민의힘 의원들이 당 의원 연찬회에 총출동해 “지금부터 당정은 하나”를 외치며 새 각오를 다진 다음 날 여권이 초유의 대혼돈에 빠진 상황을 말하는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날 법원이 국민의힘 비대위 체제에 제동을 건 것과 관련해 별도의 입장을 내지 않았다. 통상 매일 한 차례씩 진행했던 대변인이나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의 브리핑도 윤 대통령의 지방행을 이유로 열지 않았다.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당무와 관련해 법원이 내린 결정에 대해 대통령실이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당초 국민의힘 의원 연찬회를 계기로 당 지도부 체제를 둘러싼 여권 내홍을 일단락 짓고 9월 정기국회 대응 체제로 돌입하려 했다. 28일 정부와 여당, 대통령실이 고위 당정협의회를 열어 추석 민생대책을 논의하고, 직후 윤 대통령이 주 위원장과 비대위원들을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초청해 만찬을 할 계획이었다. 이를 통해 추석 연휴까지 지지율 반등의 계기를 만들려는 구상이었으나 조기에 난국을 돌파하기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그간 지지율 하락에는 여권 내홍도 상당 부분 영향이 있었다”면서 “당 지도체제 혼란이 장기화될 경우 윤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