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당헌 80조’ 개정안이 26일 우여곡절 끝에 최종 확정되면서 이제 관심은 28일 전당대회 이후 본격화될 ‘이재명 체제’로 쏠리고 있다. 이재명 당 대표 후보는 지금까지 치러진 전국 15개 순회경선 지역에서 누적 78.35% 득표율로 압도적 1위를 이어가고 있지만 전당대회 종료 직전까지 이어진 ‘이재명 방탄용’ 당헌 개정 논란으로 적지 않은 부담을 안게 됐다. 80일간의 비상대책위원회 임기 종료를 앞둔 우상호 비대위원장도 당내 계파갈등 확산을 우려한 듯 “새 지도부는 비주류와의 소통을 최우선해야 한다”고 했다.
● 당분간 여진 불가피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여진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박용진 당 대표 후보는 이날 오전 YTN 라디오에서 “중앙위가 온라인 비대면으로 찬반투표만 하게 돼 있어 찬성반대 토론도 없고 수정안을 낼 수도 없다”며 온라인 투표 방식을 비판했다. 전날 의원총회에서 우 비대위원장이 ‘그만 좀 하라’는 취지로 웃으며 얘기한 것에 대해서도 “형식적으로 부적절했다. 아무리 친해도 공식적인 자리인데 그럴 필요는 없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박 후보는 이 후보가 80%에 육박하는 지지를 받고 있는 상황에 대해선 “찬성률과 지지율로 이 문제를 판단하면 안 된다”며 “과거 유신헌법도 상당히 높은 찬성률로 채택됐다”고 비판했다.
비명(비이재명)계 3선인 이원욱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개정안의 중앙위 재상정을 비판하며 “절차적 민주주의마저 훼손하며 민주당의 이름을 부끄럽게 하는 일은 중지돼야 한다”고 했다.
● 계파 갈등 수습이 첫 과제
다만 강경파 친명계 최고위원 후보인 정청래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에서 “‘사당화’라고 말하는 건 80%를 지지하는 당원과 지지자들에 대한 모독”이라며 “다음 지도부에 들어가면 당헌 80조 폐지를 추진하려고 한다”고 했다. ‘개딸’들이 요구해 온 대로 당헌80조 완전 삭제에 나서겠다는 것.
벌써부터 고조되는 계파 갈등 조짐에 비대위 임기 종료를 앞둔 우 위원장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연 마지막 기자회견에서 재차 ‘통합’을 강조했다. 그는 “비대위가 특정인의 사당화를 돕기 위해 무리했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며 “제가 그럴 이유도 없고, 엉뚱하게 비대위를 공격하는 건 솔직히 서운하다”고 이번 논란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취임 직후 ‘수박’ 등 계파 갈등을 자극하는 용어 사용부터 금지했던 그는 “어느 정당이든 당권을 잡지 못한 비주류 그룹은 존재한다”며 “다음 지도부가 되는 분들은 비주류와의 소통을 최우선해야 한다”고 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