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오후 국회에 들어서며 법원의 직무정지 가처분 결정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기 위해 마스크를 벗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국민의힘이 대혼돈 사태를 맞았다. 이준석 전 대표가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어제 받아들였다. 본안 판결까지 주호영 위원장의 직무집행은 정지됐다. 주 위원장은 “정당 자치라는 헌법정신이 훼손됐다”고 항변했지만, 비대위는 붕괴 위기에 처했다. 차기 전당대회 준비도 불투명해졌다. 말 그대로 총체적 아노미에 빠진 모습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비대위 전환의 ‘실체적 하자’를 조목조목 언급했다. “국민의힘에 비대위를 설치할 정도의 ‘비상상황’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오히려 “당 지도체제 전환을 위해 비상상황을 만들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정당민주주의에 반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이 “정당 내부의 의사결정은 최대한 존중돼야 한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정당 활동의 자율성 범위를 벗어났다”고 했다. 전국위 의결로 수십만 당원과 일반 국민에 의해 선출된 당 대표와 최고위원의 지위와 권한을 상실시키는 것은 정당의 민주적 내부질서에 반한다는 논리다. 이어 “주호영이 전당대회를 열어 새 당 대표를 선출할 경우 당원권 정지 기간(6개월)이 지나더라도 이 전 대표가 복귀할 수 없게 돼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국민 앞에 사죄해야 마땅하다. 정권교체 여론에 힘입어 대선에서 간신히 승리해 놓고 권력 다툼으로 날을 지새웠다. 불미스러운 의혹에 휘말린 젊은 당 대표는 연일 대통령과 소속 당을 향해 극언과 조롱을 쏟아냈다. 신실세 그룹은 눈엣가시처럼 구는 당 대표를 끌어내리려 무리수를 뒀다. ‘내부 총질 당 대표’ 문자 사건이 터지며 갈등이 극에 달했지만 대통령은 여당 내분을 해소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채 이 전 대표를 무시하는 듯한 태도로 일관했다.
우리 정당사에 별의별 곡절이 많았지만 이런 집권 여당은 본 적이 없다. 이 전 대표는 이번 결정에 희희낙락할 때가 아니다. 자기 책임은 없는지, 국가와 당에 도움이 되는 길이 뭔지 고심하는 모습이라도 보여야 한다. 대통령도 짐짓 뒷짐을 지고 있지만 말고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 이런 사태를 맞고도 정신을 못 차리면 “국민의힘은 차라리 해체하라”는 비판 여론에 직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