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요소수사태’ 부른 대관업무 약화
산업계에선 미중 갈등의 영향권에 들어 있는 구조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정부와 기업의 해외 네트워크가 취약해진 것도 피해가 이어지는 원인으로 보고 있다.
○ 요소수부터 반도체, 전기차까지 피해 이어져
26일 산업계에 따르면 한국산 친환경 차량이 미국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빠진 ‘인플레 감축법(IRA) 사태’는 한국 정부와 기업의 정책 대응 취약점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지난해 말 한국 경제를 강타한 ‘요소수 대란’과 유사하다는 시각이 많다. ‘요소수 대란’은 지난해 11월 중국이 석탄에서 생산되는 ‘요소’ 수출을 통제하면서 한국에서 디젤차량 운행과 비료 제조 등에 차질이 발생한 사건이다. 당시 정부는 중국 내 상황 변화에 따른 국내 피해를 제대로 분석하지 못했고 사태 후 대응마저 미흡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미국 반도체 지원법 입법 과정에서도 기업들의 중국 내 투자를 제한하는 조항이 들어가면서 중국 반도체 공장을 운영 중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피해를 입을 상황에 놓였다.○ “국내 기업 및 정부 해외 네트워크 취약해져”
한 예로 주미 한국대사관 홈페이지에는 ‘기업 애로사항’이라는 민원 게시판이 있다. 그런데 이 게시판에 올린 민원에 대한 답변은 2018년 11월 이후 올라오지 않았다. 이에 대해 주미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기업들과는 (그 외에) 다양한 채널을 두고 수시로 의견을 주고받고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정보당국 관계자는 “지난 정권의 첫 4강(미중일러) 대사들 중 외교관 출신은 한 명도 없어 전문성 논란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대사관에서도 정보활동에는 큰 관심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산업통상자원부와 외교부 당국자들은 “IRA 법안의 경우 유럽연합(EU)과 일본 등 다른 선진국도 법안 추진 움직임을 알아채고 사전에 불이익을 막기 어려웠다”며 “EU, 일본 등과 함께 공동서한을 보내고 미국 당국자 면담 등 대응을 취했다”고 해명했다.
○ 정부, 국회, 기업 나섰지만 해법 어려워
미국을 방문한 정진석 국회 부의장(왼쪽)이 21일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을 만났다. 사진 출처 정진석 국회 부의장 페이스북
미 국무부 초청으로 워싱턴을 방문한 정진석 국회부의장과 국민의힘 김정재, 더불어민주당 김한정 이재정 의원은 미국 정부에 강력한 항의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 측은 “한국의 우려와 분노를 잘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법안이 의회를 통과한 만큼 행정부로서는 당장 (법안 내용을) 조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의원단은 전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