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 자폐성 장애인 교수 윤은호 씨 편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하고 싶은 말은 많습니다만 저는 가장 먼저 국립국어원이 자폐와 관련된 용어를 자폐 당사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바꾸거나 순화시키면 어떨까 합니다. 인터뷰를 하다보니 우리가 얼마나 자폐성 장애에 대해 무관심했는지 알게 됐기 때문이죠. 드라마에도 나오듯이 자폐는 병이 아닙니다. 윤 교수에 따르면 국제표준인 ‘세계표준질병 사인 분류(ICD)’에도 ‘자폐성 장애(자폐스펙트럼 장애)’를 유일한 공식용어로 쓰고 있다고 하는 군요. 그런데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자폐증(自閉症)’으로 돼있고, 관련 용어들의 설명도 거의 대부분 부정적입니다. ‘자폐성’은 ‘자기 자신 속에 틀어박혀 현실에서 도피하는 상태’, ‘자폐성 경향’은 ‘다른 사람들과의 의사소통을 회피하고 자기 가운데에 파묻혀 주위로부터 고립되는 경향’ 이런 식으로요. 장애는 병이 아닙니다. 시각장애인, 청각장애인을 병자로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 않습니까? 그런데 유독 우리사회는 자폐당사자들을 포함한 발달장애인들을 부정적으로 보는 것 같습니다.
국립국어원의 우리말샘에는 표준어뿐만 아니라 신조어, 중세 한국어와 근대 한국어의 고어, 방언, 외래어로 인정되지 않은 외국어까지 약 110만 개가 넘는 표제어가 수록돼있습니다. 여러분은 ‘샤랑’이라는 말을 들어보셨습니까? 우리말샘에 따르면 ‘사랑’의 평안북도 지방 방언이라네요. 우리말샘에는 ‘샤랑트강’이란 생전 처음 듣는 강도 등재돼있습니다. 프랑스에 있는 작은 강 이름이더군요. 그런데 자폐성 장애를 가진 분들이 스스로를 지칭하는 ‘자폐당사자’란 말은 없습니다. 당연히 표준국어대사전에도 없지요.
국내에 장애인으로 등록한 자폐당사자는 3만 명 정도입니다. 그런데 다른 장애와 달리 자폐성 장애는 자폐진단을 받아도 장애인 등록을 하지 않는 분들이 많다고 하는군요. 어쩌면 자폐성 장애를 부정적으로 보는 우리 사회의 잘못된 인식도 영향을 미친 게 아닌가 싶습니다. 한 드라마가 가져온 자폐성 장애에 대한 관심을 그저 재미있는 작품 하나 본 걸로 끝낸다면 너무 아깝지 않을까요.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