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은평 장애인 일자리 정보한마당’에서 장애인 구직자가 채용정보를 살피고 있다. 2013.6.20/뉴스1
중증장애인 근로자 업무를 보조해주는 근로지원인 지원을 요청했지만 대기자가 30~40명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결국 홀로 업무를 시작한 조씨의 결재 서류는 서식이 어긋나 반려되기 일쑤였다. 팀장이 알려주기 전까지 잘못 작성된 줄 몰랐던 서류를 받아들고 자리로 돌아가는 마음은 속상함과 수치심으로 응어리졌다.
문서를 만들거나 내부망에 정보를 입력하는 간단한 업무도 시각장애인용 음성안내 프로그램으로는 역부족일 때가 많았다. 동료들의 손을 빌릴 일도 많은데 당직 당번에서도 제외될 때는 미안함과 동시에 “내가 장애인이구나”를 다시 떠올리게 된다고 했다.
한국뇌성마비복지회에서 유니클로와 서울시, 한국뇌성마비복지회가 함께하는 ‘장애인의류리폼지원 캠페인’에 참가한 장애인에게 김지현 보조공학사가 의류 리폼 관련 안내를 하고 있다. 유니클로 제공
27일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 따르면 올해 1~7월 전국에서 근로지원인의 도움을 받아 일한 중증장애인은 1만3000명이다. 같은 기간 근로지원인은 이보다 4000명 적은 9000명으로 집계됐다. 근로지원인 한 명이 중증장애인 여러 명을 지원했거나 중증장애인 근속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점을 고려하더라도 차이가 크다.
근로지원인 서비스는 업무 역량이 있는 중증장애인 근로자가 직장에서 근로지원인으로부터 부수 업무를 지원받을 수 있는 제도다. 1일 8시간, 주 40시간 한도 내에서 수화통역, 이동, 의사소통을 포함한 지원을 받는다.
2010년 도입 이후 지원 혜택을 받는 장애인 근로자는 매년 증가 추세다. 현장 근로지원인보다 중증장애인 취업자가 빠르게 늘다 보니 어렵게 일자리를 구하고도 업무 지원을 받을 수 없어 퇴사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비스를 이용 중인 근로자가 퇴직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처지다.
◇장애인 사회 진출 느는데…“수요 파악도 제때 안돼”
경기도 성남시청에서 열린 2019년 성남시 장애인 취업 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일자리를 찾기 위해 줄 서 있다. 2019.11.13/뉴스1
근로지원인 사업 관계자는 “시급 9610원을 받으면서 일하려는 지원자는 많지 않다”며 “장애인 이용자가 갑자기 퇴사하면 근로지원인도 일자리를 함께 잃는다”고 말했다.
중증장애인의 경우 사업주와 단시간 고용 계약을 맺는 경우가 많다. 하루 4시간만 일하는 중증장애인의 근로지원인은 보험료를 제외하고 한 달 급여로 100만원도 채 받아 가지 못하는 셈이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매년 사업 예산을 확충하고 있지만 특히 올해 예산 소진 속도가 이례적으로 빨라 대기자가 사례가 속출했다. 공단에 따르면 근로지원인 사업 1년 예산은 2020년 948억원, 2021년 1552억원, 2022년 2047억으로 해마다 증가 추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중증장애인 취업자는 17만3008명으로 전년 대비 약 1만4000명 늘었다. 장애인의 사회 진출이 점차 늘고 근로 기회도 넓어지고 있지만 정작 주무 부처인 고용노동부와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은 근로지원인 서비스 대기 인원과 정확한 수요 파악도 못하고 있다.
공단 관계자는 “현재 수요를 조사하고 있으며 대기 인원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 중”이라며 “더 많은 장애인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노력해왔으며 향후 지원방안 역시 주무 부처와 검토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