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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 이상 연체한 사장님, 대출금 최대 90% 감면

입력 | 2022-08-28 12:48:00

금융위원회 제공ⓒ News1


오는 10월부터 시행될 30조원 규모의 소상공인·자영업자 채무조정 프로그램 ‘새출발기금’의 실행 방안이 마침내 베일을 벗었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중 대출을 3개월 이상 연체한 이들은 원금의 최대 90%까지 감면을 받게 된다. 3개월 이상 연체하지 않더라도, 향후 연체할 우려가 있는 자영업자 역시 이자 감면을 받는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로 자영업자들이 정상적인 영업을 하지 못한 만큼, 재기할 기회를 주자는 취지에서다.

금융당국은 실행 방안에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방지책을 대거 담았다. 논란이 됐던 ‘원금 감면’ 지원 대상 중 자산이 부채보다 많은 ‘부자 자영업자’는 제외했다. 또 고의로 신청 조건을 맞출 수 있는 만큼, 부실우려차주의 세부 기준이나 채무조정 거절 요건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모럴해저드를 막아달라는 금융권의 우려를 받아들인 것이다.

28일 금융위원회는 이같은 내용의 ‘자영업자·소상공인 채무조정 프로그램 새출발기금 운영방안’을 발표했다. 새출발기금이란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자영업자 중 부실(연체 3개월 이상) 또는 부실이 우려되는 이들의 대출 원금 또는 이자를 감면해주는 채무조정 프로그램이다. 캠코 산하의 새출발기금이 소상공인의 부실 또는 부실우려차주의 채권을 매입 후 채무 조정에 나서는 식이다. 매입 규모는 30조원이다.

권대영 금융정책국장은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코로나19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늘어났던 부채를 사회가 적절히 조정·감면해서, 자영업자들이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게 하기 위한 정책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새출발기금의 대상은 코로나 피해가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개인사업자 또는 법인 소상공인 중 연체 90일 이상의 ‘부실 차주’, 연체 90일 미만 또는 연체 가능성이 높은 ‘부실우려차주’다.

소상공인·자영업자가 보유한 사업자·가계대출 모두 채무조정 대상이다. 담보·보증·신용 등 종류와 관계없이 조정받을 수 있다. 부동산담보대출 등 개인 자산 형성 목적의 가계대출이나 전세보증대출은 제외된다. 다만 주택 등 부동산을 담보로한 사업용 대출이나 상용차 구매대출은 사업 영위 목적인 만큼, 조정 대상에 포함됐다.

정부는 새출발기금을 통해 약 25만명의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지원받게 될 것으로 추정했다. 다만 채무조정을 신청할 가능성이 높은 다중채무자의 채무규모(금융위원회 추산 7400만원)를 고려하면, 최대 40만명까지 지원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 부실차주는 대출 원금 80%까지 감면…‘예비’ 부실 차주는 이자 깎아준다

새출발기금의 채무조정 프로그램은 ‘부실 차주’와 ‘부실우려차주’로 나뉜다.

1개 이상의 대출에서 3개월(90일) 이상 장기연체가 발생한 부실 차주에 대해선 원금 감면이 이뤄진다. 신용대출 중 순부채(부채에서 자산을 뺀 값)에 대해 60~80%까지 원금을 감면한다. 보유한 재산에 따라 총부채 대비 감면율은 0~80%가 될 예정이다. 자산이 부채보다 많은 부자 자영업자는 원금 감면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다만 기초수급자나 만 70세 이상 저소득 고령자 등 상환능력이 없는 취약계층은 순부채의 90%까지 감면한다.

대위변제가 이뤄진 보증부 대출도 같은 조건으로 원금 감면을 받을 수 있다. 원금 감면 외에도 거치기간은 최대 1년, 분할상환기간은 최대 10년까지 지원된다.

채무조정을 받은 부실 차주는 2년 동안 공공정보가 신용정보에 등록된다. 해당 차주는 신규 대출 또는 신용카드 이용이 제한되며, 2년 후 공공정보가 해제된다.

당장 ‘부실’은 아니지만 향후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부실 우려 차주’에 대해선 금리 조정, 분할상환대출 전환 등이 지원이 이뤄진다. 대상 대출은 보증부대출, 신용대출, 담보대출이며 원금 감면은 이뤄지지 않는다. 거치기간과 분할상환 기간은 부실차주와 같다.

금리 조정 폭은 연체 일수에 따라 나뉜다. 연체 30일 이전 차주의 경우 약정금리를 유지하되, 연 9% 초과한 대출의 경우 9%로 조정된다. 연체 30일부터 90일 미만인 차주는 한 자릿수의 단일 금리로 조정된다.

분할 상환 기간이 짧을수록 금리 조정폭이 커진다. 예컨대 3년 분할 상환은 3% 후반대의 금리로, 3~5년 분할 상환은 4% 중반, 5년 이상은 4% 후반대 금리로 조정되는 식이다. 부실이 실제로 일어나지 않은 만큼, 공공정보 등록 등의 페널티는 부과되지 않는다.

부실우려차주는 △폐업자·6개월 이상 휴업자 △만기연장·상환유예 이용차주 중 금융회사 추가 만기연장이 거절됐거나 이자상환유예를 적용받고 있는 차주 △국세 등 체납으로 신용정보 관리 대상에 등재된 차주 중 어느 한 가지 조건이라도 충족된 차주다.

신용평점 하위차주, 고의성 없이 상당 기간 연체가 발생한 차주 등의 조건도 제시됐다. 다만 금융당국은 고의로 신용점수를 하락시키는 등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세부 조건의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새출발기금 채무조정 희망자는 10월중 공개 예정인 ‘새출발기금 온라인 플랫폼’에 본인의 주민등록번호나 사업자등록번호를 입력하면 지원 대상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현재 금융위는 신정원 등 유관기관 등과 관련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 ‘얌체족’ 잡는다…채무조정 거절 요건·부실우려차주 세부 기준 비공개 방침

이번에 발표된 방안엔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방지책도 대거 포함됐다. 고의로 연체하는 등 도덕적 해이를 방지할 방안을 만들어 달라는 금융권의 강력한 요청에 따른 것이다.

우선 새출발기금 채무조정 신청 자격을 맞추기 위해 고의로 연체하거나, 고액자산가가 소규모 채무 감면을 위해 신청하는 경우를 막기 위해 ‘합리적 채무조정 거절 요건’을 마련한다. 새출발기금 온라인 플랫폼 알고리즘에 녹이는 식이다. 현재 당국은 자산 대비 부채 비율을 거절 요건에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만 도덕적 해이 방지를 위해 구체적인 거절 요건 역시 공개하지 않는다.

권 국장은 “채무조정 거절 요건을 공개하면 이 역시도 맞출 우려가 있다”며 “자본시장 점검을 할 때도 거래소에서 알고리즘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한 요건을 만들고 질적 심사를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또 고의적 또는 반복적으로 채무조정을 신청하는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신청 횟수를 1회로 제한했다. 다만 부실우려차주가 새출발기금 이용 과정에서 부실차주로 전환될 경우 추가 조정을 할 수 있다.

부실우려차주의 채무조정은 6개월이 지난 대출에 대해서만 이뤄지도록 했다. 부실차주는 6개월 이내 받은 신규대출이 총재무액의 30%를 초과할 경우 지원받을 수 없다.

채무조정 한도도 25억원에서 15억원(담보 10억원·무담보 5억원)으로 조정됐다. 유사한 채무조정제도인 신용회복위원회 워크아웃과의 형평을 고려한 조치다. 워크아웃의 한도 역시 15억원이다.

이날 발표된 ‘자영업자·소상공인 채무조정 프로그램 새출발기금 운영방안’은 사실상 최종안이다. 금융당국은 금융회사 전산 개발에 드는 시간을 고려하면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다고 보고 있다.

금융당국은 9월 중 별도의 콜센터를 출범시켜 새출발기금 이용에 대한 상세한 안내를 진행할 계획이다. 10월중 채무조정 접수를 시작하며, 정확한 시행 일자는 추후 공지 예정이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