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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차별’ 해결 위해 ‘백인 표준억양’으로 바꿔주는 기술 개발 논란

입력 | 2022-08-28 16:16:00


미국 실리콘밸리의 한 스타트업이 콜센터 직원들의 영어 억양을 실시간으로 ‘미국 백인 표준억양’으로 바꿔주는 기술을 개발하자 이를 둘러싼 인종차별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스타트업 ‘사나스’는 자사가 개발한 ‘실시간 억양 번역 서비스’가 기업들이 비용을 줄이려 전화고객상담센터를 인도와 필리핀 등으로 외주화하면서 벌어지는 문제점을 현실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센터 직원들이 자신들의 영어 억양 때문에 고객들로부터 인종차별적 학대를 당하거나 회사에서 해고 등 불이익을 겪는 일이 많다는 것이다.

이들은 전화상담센터에 해당 ‘번역 서비스’를 적용하면 비영어권 직원들에게 일어나는 인종차별적 편견과 학대를 줄일 수 있다고 영국 BBC방송에 26일(현지시간) 설명했다. 실제로 사나스의 홈페이지에는 콜센터에서 자주 쓰이는 문장들을 버튼 하나로 서남아시아권 억양에서 미국식 영어 억양으로 바꿔 들어볼 수 있다. 2018년 개봉한 코미디 영화 ‘쏘리 투 보더 유’에서 텔레마케터로 일하는 흑인 주인공이 백인 목소리를 흉내내 승승장구하는 장면들이 기술로 구현된 셈이다.

하지만 이 기술이 인종에 대한 편견을 강화시킬 것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캐나다 토론토대 키리안 머천다니 교수는 미 매체 에스에프게이트에 “근로자와 고객 사이에 앱이 들어가면 근로자가 더욱 비인간화되므로 고객들의 인종차별이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IT기업인 ‘컬러인테크’의 공동설립자 애슐리 에인슬리도 “특정 피부색을 싫어하는 인종차별주의자들이 있기 때문에 피부색을 변경하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IT전문매체 매셔블은 “억양 번역은 이미 비인간적인 직업을 더 비인간화하는 방법”이라는 비평을 전했다.

이에 대해 사나스의 공동설립자 샤라스 케샤야 나라야나는 “공동설립자 4명뿐 아니라 회사 전직원의 80%가 이민자”라며 “억양이 장벽이 될 수 있는 곳에서 더 원활하게 의사소통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적”이라고 반박했다. 2021년 8월 설립된 사나스는 1년도 되지 않아 3200만 달러(약 43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현재 7개 업체가 콜센터에 사나스 제품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정수기자 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