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효성 논란 일회용품 규제 현장 혼란과 부담 가중 우려
김유영 산업2부장
시작은 코스타리카 해변에서 발견된 바다거북이었다. 미국의 한 대학원생이 2015년 바다거북 코에서 플라스틱 빨대를 끄집어내는 영상을 공개했다. 바다에 버려진 빨대를 거북이가 삼켰던 것. 시각적인 충격이 어마어마해 플라스틱 빨대 퇴출 운동이 일었고 종이 빨대나 텀블러가 본격 확산되기 시작했다.
올해 11월부터 국내에서 이런 움직임이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식당과 카페 매장에서 플라스틱 빨대와 종이컵 사용이 금지되고, 편의점과 빵집에서는 돈 주고도 비닐봉투에 제품을 담아 갈 수 없게 된다. 올해 4월 일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 금지에 이어 규제 수위가 높아졌다.
환경을 위한다는 목적이지만 식당 카페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에게 당장 불똥이 떨어졌다. 아르바이트생 구하기도 힘든데 일회용품 사용이 금지되면 ‘설거지옥’이 닥칠 것이라는 우려다. 12월부터 시행되는 일회용품 보증금제도 걱정이다. 테이크아웃 음료 등을 일회용 컵 등에 줄 때 고객에게 보증금을 받는 것으로 고객이 컵을 반납하면 보증금을 돌려주고 나중에 이를 수거업체에 넘겨줘야 한다. 반납된 용품 보관 장소 확보도 걱정이고, 보관 기간 용품에 당류나 우유 등이 남으면 벌레가 꼬일 수 있어 걱정이며, 보증금(300원 선)이 가격 인상 효과를 내지 않을지도 걱정이다.
이쯤에서 플라스틱 빨대로 상징되는 일회용품이 악인지에 대한 근본 질문을 하게 되는데, 실은 매년 바다에 버려지는 플라스틱 폐기물 900만 t 중 플라스틱 빨대 비중은 0.03%에 그친다. 이 플라스틱 쓰레기의 4분의 1은 중국에서 나오는 등 오히려 개발도상국 폐기물이 해양 오염에 더 해악을 끼친다. 종이 빨대도 목재를 원료로 쓰는 종이를 가공하는 것이어서 탄소배출량은 플라스틱 빨대보다 많고, 면화를 키워 만드는 에코백도 최소 131번 써야 비닐봉투보다 친환경적이 된다는 사실에 ‘에코백 부자’들은 숙연해진다.
더욱이 플라스틱이라고 무조건 유해한 것도 아니다. 인류 최초의 플라스틱은 코끼리 상아로 만들던 당구공을 대체하려 개발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코끼리 한 마리에서 나오는 당구공은 8알. 코끼리 멸종을 우려해 1869년 미국 엔지니어가 플라스틱을 발명해냈다. 기술의 진보로 자연을 보호할 수 있듯 생분해 플라스틱 등 친환경 기술로 절충점을 찾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종이 빨대를 쓰고 에코백을 드는 게 지구를 해한다는 마음의 부담은 덜지언정 실제 환경을 보호하는 행동인지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사소해 보이는 규제라도 한 번 도입되면 돌이키기 힘들다. 정부는 최근 규제혁신전략회의를 열고 경제 주체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꼭 필요한 것만 최소한으로 금지하는 네거티브(negative) 규제로 가기로 했다. 복잡한 규제는 좋은 품질의 규제라 볼 수 없다. 환경 보호의 취지는 좋지만 규제 실효성을 달성하기보다 오히려 형평성 논란이 일고 경제 주체에 부담과 혼란을 주는 규제라면 재검토해야 한다.
김유영 산업2부장 ab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