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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황규인]‘만년 꼴찌’ 한화 이글스와 대통령 국정 운영의 공통 과제

입력 | 2022-08-29 03:00:00

황규인 스포츠부 차장


“아무리 잘하는 야구팀도 전체 경기 중 3분의 1가량은 진다. 거꾸로 아무리 못하는 팀도 3분의 1 정도는 이긴다. 결국 강팀과 약팀의 차이를 만드는 건 나머지 3분의 1이다.”

1976년부터 21년간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LA 다저스 지휘봉을 잡았던 토미 라소다 감독(1927∼2021)이 남긴 말이다. 프로야구에서는 각 팀이 승률 0.333∼0.667 사이로 시즌을 마치는 게 일반적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한국 프로야구 원년(1982년)부터 지난해까지 연도별로 팀을 구분하면 총 323개 팀이 리그에 참가했고 그중 95%(307개 팀)가 승률 0.333∼0.667 사이를 기록했다.

그런 점에서 최근 3년 가운데 2년 동안 승률 0.333 문턱을 넘지 못한 한화 이글스는 예외적인 팀이라고 할 수 있다. 2020년을 승률 0.326(46승 3무 95패)으로 마치며 최하위(10위)에 그친 한화는 올해도 27일 현재 승률 0.318(35승 2무 75패)로 10위다. 지난해에도 승률 0.371(49승 12무 83패)로 ‘3분의 1은 이긴다’는 기준은 통과했지만 팀 순위는 역시 꼴찌였다.

한화는 어쩌다 이렇게 ‘매일져리그 소속 화나 이글스’가 된 걸까. 제일 큰 이유는 아닐지 몰라도 ‘특정 학교 출신 선수 수집’이 문제라는 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6월 21일 KT에서 오른손 투수 류희운(27)을 트레이드해 오면서 한화는 북일고 졸업생 11명이 몸담은 팀이 됐다. 북일고 출신 현역 프로야구 선수 25명 중 44%가 한화 유니폼을 입고 있다. 특정 고교 졸업생이 특정 프로야구팀에 가장 많은 케이스가 북일고-한화다. 서울고 졸업생 26명 중 8명이 LG 트윈스에서 뛰는 게 그 다음인 것과 비교하면 한화의 북일고 사랑은 ‘튄다’고 할 수 있다.

충남 천안시에 있는 북일고는 한화 ‘연고 고교’라 이 학교 졸업생이 한화에 신인 선수로 입단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윤호솔(28), 신정락(35), 장시환(35)에 이어 류희운까지 다른 팀에서 뛰던 북일고 졸업생 4명을 최근 5년 만에 영입한 건 ‘편애’라는 표현으로부터 자유롭기 힘든 일이다. 북일고는 김종희 한화그룹 초대 회장(1922∼1981)이 설립한 학교다.

프로야구 팬들은 여론조사 회사에서 윤석열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을 발표할 때마다 한화 승률과 비교하는 각종 ‘(애)드립’ 대결을 벌이곤 한다. 실제로 8월 셋째 주 국정 지지율이 한국갤럽 27%, 리얼미터 32.2%였으니까 비교하기 좋은 것도 사실이다. 북일고를 검찰이나 대통령 동문 또는 코바나컨텐츠 등으로 바꾸면 비슷한 문제를 찾을 수 있다는 것도 닮았다면 닮은 점이다.

물론 다른 점도 있다. 한화 팬 가운데는 스스로를 ‘보살’이라고 부르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들은 팀 성적이 최악일 때도 ‘나는 행복합니다’ 하고 안방 대전구장이 떠나가라 응원가를 부른다. 그러나 “국민 뜻을 받들겠다”면서 그 뜻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대통령을 위해 행복하게 응원가를 불러 줄 국민은 세계 어디에도 없다.

황규인 스포츠부 차장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