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폭우에 기후변화 위기 실감” 5km이내는 걷기, 비닐사용 자제 ‘에너지의 날’ 소등행사 2배로 늘어 “MZ세대 환경 감수성, 변화 이끌것”
최근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를 사용하는 등 일상 속에서 환경을 지키기 위한 실천에 나서는 젊은층이 늘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이번 폭우로 서울 한복판에서 사망 사고가 나는 걸 보고 충격받았어요.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에 요즘은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를 쓰고, 일회용 우산 비닐 커버는 사용을 자제하고 있습니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직장인 이모 씨(26)는 최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주변에도 이번 물난리를 보면서 기후변화 등으로 미래에 더 심각한 사태가 올 수 있다는 생각에 작은 실천에 나서는 친구들이 생겼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 서울에 기록적인 폭우가 오는 등 이상 기후가 이어지자 ‘기후위기가 몸으로 느껴진다’며 일상 속에서 환경을 지키기 위한 실천을 하는 MZ세대(밀레니엄+Z세대)가 늘고 있다.
에너지시민연대에 따르면 올해 소등 행사 참가자는 50만여 명으로 작년의 배가 넘었다고 한다. 이 단체 관계자는 “폭우로 기후위기에 대한 경각심이 전반적으로 커진 효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키워드 분석 플랫폼 ‘블랙키위’에 따르면 최근 폭우 이후 ‘기후위기’라는 단어의 검색량은 약 3배로 증가했다.
서울 강남구의 직장에 다니는 박모 씨(25)는 9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매주 화요일만은 철저히 채식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박 씨 역시 “가축을 키우면서 온실가스가 많이 나온다기에 전부터 간간이 하던 채식을 주 1회 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개인의 이 같은 실천이 큰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준이 부산대 기후과학연구소 교수는 “우리나라는 국민 1인당 연간 탄소배출량이 2019년 기준 13.5t으로 전 세계 평균(6.9t)의 2배가량”이라며 “시민들의 자발적인 탄소배출 감축 노력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의 정상훈 기후에너지 담당자는 “MZ세대의 환경 감수성이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도 도움이 낼 것”이라고 기대했다.
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