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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영우는 끝났지만, 도전은 계속된다[기고/조향현]

입력 | 2022-08-29 03:00:00

조향현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선풍적인 인기 속에 마지막 방송을 마쳤다. 자폐성 장애를 가진 천재 변호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장애에 대한 국민의 이해도를 높인 것도 긍정적이지만, 무엇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직업 세계를 보여준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우영우의 실제 모델로 알려진 미국 콜로라도주립대의 템플 그랜딘 교수는 두 살 때 자폐 진단을 받았고 이후 아스퍼거 증후군까지 진단받았다. 보호시설에서 평생을 살게 될 것이라는 의사의 이야기가 있었지만, 어머니와 선생님의 헌신적인 교육을 통해 세계적인 석학이 되었다.

국내에서는 윤은호 인하대 문화콘텐츠문화경영학과 교수가 우영우의 모델이 될 듯하다. 성인 자폐 당사자 자조모임 ‘에스타스’의 공동조정자로도 활동하고 있는 윤 교수는 만 두 살 때 자폐 진단을 받았지만, 자폐인으로서는 국내 최초로 박사학위를 받고 인하대 초빙교수로 2019년 임용됐다.

물론 우영우를 비롯해 앞서 언급한 두 사람이 모든 장애인을 대변할 수는 없다. 현실에서는 드라마 속 ‘펭수 러버’ 김정훈과 같이 장애가 심한 이들도 더 많고, 장애인들이 직업생활을 영위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우리 사회의 편견도 여전히 존재한다. 하지만 이런 편견 속에서도 많은 장애인들은 비장애인과 함께 어울리며 새로운 일에 도전해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고 성취감을 느끼고 싶어 한다.

우영우처럼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독립적으로 당당하게 서기 위해 장애인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의 능력을 겨루는 축제가 있다. 바로 9월 20일부터 23일까지 제주도에서 나흘간 열리는 전국장애인기능경기대회다. 우영우에게 영감을 주는 고래처럼, 기능경기대회는 선수들에게 장애에 대한 편견을 깨고 사회에서 필요한 인재가 될 기회를 제공한다.

전국장애인기능경기대회는 장애인의 기능 향상을 장려하고, 장애인 고용에 대한 사회와 기업의 인식 개선과 관심을 도모하기 위해 매년 개최되는 행사다. 올해 대회에서는 지역 기능경기대회를 통해 실력을 인정받은 장애인 400여 명이 한자리에 모여 40개 직종에서 자신들의 기량을 겨룬다.

전국을 대표하는 선수들이 참가하다 보니 대회에 임하는 열정과 집중력은 놀라울 정도이다. 자신만의 속도로 경기에 집중하는 그들의 모습은 바라보는 것만으로 경건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바리스타, 웹마스터, 시각디자인, 건축CAD 등 다양한 직종에 참가한 선수들은 도전을 통해 자신의 삶에 적극적인 변화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지금의 ‘우영우 신드롬’이 장애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깨는 마중물이 되어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들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편견의 틀을 깨고 자신의 삶에 도전장을 던진 장애인 선수들이 용기 있는 발걸음을 통해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더 나아가 사회를 이끄는 주역으로 성장하길 기대하며 이들의 도전에 격려와 함께 힘찬 응원을 보냈으면 한다.


조향현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