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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프에 공이 안보여… ‘악마의 코스’ 뚫고 우승한 홍지원

입력 | 2022-08-29 03:00:00

KLPGA 2년차로 한화클래식서 첫승, 우승 상금 2억5200만원 받고 20위에
메이저대회답게 곳곳 난코스 꾸며… 석 달간 러프 깎지 않아 10cm 넘어
투어 7년 만에 오버파 우승자 나와… 박민지는 4타 많은 5오버파로 2위에



홍지원이 28일 강원 춘천시 제이드팰리스골프클럽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한화클래식 최종 4라운드에서 아이언샷을 하고 있다. 홍지원은 100mm가 넘는 러프 지옥 속에서도 안정적인 플레이로 데뷔 첫 승을 메이저대회에서 장식했다. KLPGA 제공


최대 100mm가 넘는 깊은 러프의 지옥에서 웃은 건 데뷔 2년차 홍지원(22·요진건설산업)이었다.

홍지원이 28일 강원 춘천시 제이드팰리스골프클럽(GC·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시즌 세 번째 메이저대회 한화클래식(총 상금 14억 원)에서 투어 첫 승을 메이저타이틀로 장식했다. 홍지원은 이날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3개, 보기 3개로 최종합계 1오버파 289타를 기록했다. 최종합계 5오버파 293타를 기록한 2위 박민지(24·NH투자증권)와 4타 차이다. 투어 48번째 대회 만에 마수걸이 우승을 신고하며 우승상금 2억5200만 원도 거머쥐었다. 시즌 상금(약 3억900만 원) 순위도 82위에서 20위로 뛰어올랐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개인 최고 성적인 3위에 올랐던 홍지원은 1년 만에 같은 곳에서 자신이 꿈꾸던 첫 승을 이뤘다. 이날 홍지원의 우승은 투어에서 7년여 만에 나온 오버파 우승이다. 박성현(29·솔레어)이 2015년 6월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GC에서 열린 기아자동차 한국여자오픈에서 최종합계 1오버파 289타로 우승했다. 메이저대회에서 첫 우승을 차지한 건 2020년 5월 KLPGA 챔피언십 박현경(22·한국토지신탁) 이후 2년 3개월여 만이다.

메이저대회의 권위에 걸맞게 이번 대회 코스의 난도는 상향 조정됐다. 페어웨이 폭은 좁히고, 그린 속도는 높이고, 러프의 길이는 늘렸다. 특히 3개월 전부터 러프를 깎지 않으며 최대 100mm 이상 길러 대회를 준비했다. 러프에 공이 빠지면 찾기 힘들 정도였다. 이 때문에 포어캐디(러프에 떨어진 공을 찾아주는 역할)도 약 40곳에 배치했다. 러프의 방향 역시 머리카락을 여러 방향으로 빗은 것처럼 어지러이 널브러져 정확한 임팩트를 어렵게 했다. 지난해 대회에서 이다연(25·메디힐)이 대회 최소타 신기록(19언더파 269타)을 세우며 우승한 것을 의식해 난도를 대폭 높였다는 분석도 나왔다.

3라운드까지 중간합계 1오버파 217타를 기록한 홍지원은 이날 4라운드 6번홀(파4)까지 연속 파 세이브로 버텼다. 7번홀(파3)에서 이날 첫 버디를 신고한 홍지원은 12번홀(파5)까지 버디를 따내며 한때 언더파를 기록했으나 이후 16, 17번홀(이상 파4)에서 연속보기를 하며 결국 이날 이븐파로 마무리했다. 평소 고민이었던 퍼팅도 이날 28타로 시즌 평균( 31.76타)에 비해 선방했다. 홍지원은 “공격적으로 플레이하는 편이 아니라서 도움이 됐다. 상대보다는 코스와 싸운다는 생각으로 했고 깊은 러프에 빠져도 안전하게 플레이하자는 마인드로 했더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홍지원은 이날 아침에는 ‘롤 모델’ 김연아(32)의 2010 밴쿠버 겨울올림픽 프리스케이팅 영상을 돌려보기도 했다. 홍지원은 “쇼트프로그램을 앞두고 프리스케이팅을 준비하는 시간이 (최종 라운드를 앞둔) 나와 같다고 생각했다. 항상 표정 변화가 없고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본받고 싶었다”고 말했다. 골프 선수 중에는 항상 미소를 잃지 않는 전인지(28)가 롤 모델이다.

지난주만 해도 연습장에서 골프를 그만두겠다며 눈물을 흘렸다던 홍지원은 이번 우승으로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홍지원은 “‘K10(10년 이상 연속해서 투어에서 뛰는 것)’이 제일 큰 목표였는데 이번 우승으로 3년 시드를 얻어서 좋다. 변수 많은 코스에서도 자신 있는 만큼 두 번째 우승도 메이저대회에서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춘천=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