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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치는 전월세 매물… 세입자 못구해 서울도 ‘역전세난’

입력 | 2022-08-29 03:00:00

금리인상에 대출이자 부담 급증
서울 전월세 매물 한달새 8%↑
“호가 1억 낮춰도 문의 없고
세입자 대부분 반전세만 찾아”




교육열 높은 세입자들이 많이 찾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A아파트. 4000채 규모의 이 단지 전·월세 매물은 421건으로 두 달 전(353건)보다 약 20% 늘었다.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세입자 문의가 이어져야 하지만 문의가 뚝 끊겼다. 단지 내 공인중개업소는 “최근 30평대(전용면적 84m²) 전세 계약을 앞두고 가계약금 1000만 원을 포기하는 사례까지 나왔다”며 “전세금을 1억∼2억 원씩 낮춰 내놔도 찾는 사람이 없다”고 했다.

잇따른 금리 인상으로 이사 수요가 전반적으로 급감하면서 서울 등 수도권에서도 전·월세 매물이 쌓이고 있다. 대출 이자 부담으로 전세보다 월세(반전세 포함)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며 전세 만기를 앞두고 세입자를 못 구해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역(逆)전세난’ 우려도 커지고 있다.

28일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28일 서울 아파트 전·월세 매물은 5만5056건으로 한 달 새 8.1%(4132건) 늘었다. 1년 전(3만5479건)보다 55%나 늘었다. 특히 전세는 이 기간 2만322건에서 3만4499건으로 69.8% 급증했다.

이는 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 이자 부담이 커진 영향이 크다. 기존 세입자는 재계약(갱신계약)하는 경우가 많고 이사 가야 할 경우에도 전세대출을 받아 이자 내느니 월세를 내는 게 부담이 더 낮아 반전세 수요가 급증한 것.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세금을 월세로 돌릴 때 적용하는 전·월세 전환율은 6월 서울 아파트 기준 4.2%로 4대 시중은행 전세대출 금리 상한선(5.95%)보다 낮다.

현장에서는 역전세난 우려도 나온다. 마포구의 한 공인중개업소는 “집주인들이 전세 호가를 5000만∼1억 원 정도 낮춰도 세입자들이 반전세를 찾는다”고 했다.

입주를 앞둔 단지도 매물이 쌓인다. 31일 1000여 채가 입주하는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 한 단지는 400채가 임대차 매물로 나와 있다. 인근 공인중개업소는 “호가는 계속 떨어지는데 세입자가 안 나타나 잔금을 내야 하는 집주인들도 마음이 타들어 간다”며 “세입자들은 가격이 더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는 분위기”라고 했다.

경기나 인천도 비슷하다. 이달 말 입주를 앞둔 경기 수원시 팔달구 ‘힐스테이트푸르지오 수원’은 전용 84m² 전세가격이 4억5000만 원 안팎이었지만 최근 3억7000만 원까지 떨어졌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영끌족 중 이자 부담을 줄이려 자신은 빌라 월세로 살거나 수도권 외곽으로 이사 가고 자신이 보유한 집은 전세를 놓는 경우도 늘고 있다”며 “서울 등 수도권 중심부 임대차 매물이 더 쌓일 것”이라고 했다.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