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름 돋는 현장감 ‘락다운 213주’ 미국 팬데믹 통금 때 시나리오 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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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상상의 나래를 펼쳐본다. 3년 전에 영화 ‘락다운 213주’(원제: Songbird·사진)가 개봉했다면 반응이 어땠을까. 관객들은 “말도 안 되는 얘기”라 코웃음 쳤을지도 모른다. 바이러스 하나 때문에 세상이 저 지경이 되는 게 말이 되느냐고. 하지만 지금은 미소조차 쉽게 나오질 않는다.
영화는 2024년이 배경. 제목처럼 ‘코로나-23’이란 신종 바이러스가 확산돼 록다운(봉쇄) 조치가 시행된 지 213주가 지났다. 봉쇄 4년이 넘은 미국 로스앤젤레스(LA)는 전쟁이 훑고 간 폐허 지역을 방불케 한다. 주 정부는 “허가 없이 집 밖으로 나오면 사살하겠다”고 경고하고 실제로도 총을 드는 데 거리낌이 없다. 가정집들도 문 앞에 “무단침입자 사살”이란 경고를 붙여놓았을 정도다.
그나마 통행이 가능한 건 당국으로부터 면역력을 지녔다고 인정받은 극소수뿐이다. 니코(KJ 아파)는 면역자라 우편물 배달원으로 일할 수 있다. 하지만 허락받지 못한 여자친구 세라(소피아 카슨)는 만날 수 없다. 현관문을 사이에 두고 두 사람이 대화하는 장면은 얼마 전까지 격리가 일상적이던 우리네 모습과 다를 바 없다.
미 할리우드 액션영화의 대가인 마이클 베이 감독이 제작을 맡은 작품. 실제 LA 등 미국 여러 주에서 팬데믹으로 통행금지가 내려졌을 당시에 시나리오를 썼다고 한다. 공포영화 ‘행맨’(2015년) 등을 연출했던 애덤 메이슨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메이슨 감독은 “이 영화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담은 ‘타임캡슐’”이라 설명했다. 다만 인물의 선악 구도가 지나치게 단순화된 점은 이 세상을 제대로 담았다고 보기엔 다소 아쉽다. 31일 개봉.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