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서 거행… “죽을 각오로 임할것”
유 추기경은 이날 5월 추기경에 임명된 19명의 성직자와 함께 프란치스코 교황의 주례 속에 서임식을 마쳤다. 선종(善終)한 김수환 정진석 추기경과 2014년 서임된 염수정 추기경(79)에 이어 한국 가톨릭교회의 네 번째 추기경이다. 유 추기경은 서임식 뒤 “죽을 각오로 임하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추기경은 교황 다음의 권위와 명예를 가진 영예로운 자리이며, 추기경단은 교회법상 교황의 최고 자문기관이다.
1951년 충남 논산에서 태어난 유 추기경은 대전가톨릭대 총장과 천주교대전교구장을 지냈으며, 프란치스코 교황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한국인 성직자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힌다. 2014년 교황의 방한을 이끌어냈고 지난해 6월 대주교 승품과 동시에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으로 임명됐다.
“교회 위해 죽을 준비 돼 있다 말하니… 교황, 고개 끄덕이며 웃어”
‘한국 4번째’ 유흥식 추기경 공식 서임
신임 추기경 20명중 2번째로 호명… ‘추기경 상징’ 빨간 비레타-반지 받아
교황, 아시아-아프리카 등 중시… 올해도 인도-싱가포르 등 대거 포함
尹대통령 “천주교인과 기쁨 함께해”
“프란치스코 교황님과 교회를 위해 죽을 준비가 돼 있다고 말씀드렸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웃으셨습니다.”
27일(현지 시간)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전에서 거행된 추기경 서임식을 마친 뒤 유흥식 추기경(71)은 남다른 각오를 전했다. 유 추기경은 축하 모임에서 “교황님께서 ‘앞으로 함께 나아가자’고 말씀하셨다”며 “교황님과 교회를 위해 죽을 준비가 돼 있다는 말은 교황님께 편지 쓸 때 항상 첫머리에 쓰는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왼쪽)이 27일(현지 시간)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전에서 열린 추기경 서임식에서 유흥식 추기경에게 추기경의 상징인 ‘비레타’(빨간색 사제 각모)를 씌워준 뒤 환하게 웃으며 포옹하고 있다. 바티칸=AP 뉴시스
사목 표어 ‘룩스 문디(LUX MUNDI·세상의 빛)’가 들어가 있는 유흥식 추기경의 문장(紋章).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제공
새로운 추기경 20명이 탄생하며 세계 추기경은 226명으로 늘어났다. 교황 선출권을 지닌 80세 미만 추기경은 염수정 유흥식 추기경을 포함해 132명이 됐다. 유럽이 53명으로 가장 많고, 아시아(21명)와 아프리카(17명), 북아메리카(16명), 남아메리카(15명), 중앙아메리카(7명), 오세아니아(3명) 등이다. 2013년 즉위한 교황이 유럽·북미 위주의 관행에서 벗어나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을 중시한 결과다.
올해도 인도와 싱가포르, 동티모르, 몽골 등 가톨릭세가 약한 아시아 지역 성직자들이 대거 포함됐다. 교황은 2019년 필리핀 출신의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을 복음화부 장관, 지난해 대전교구장으로 있던 유 추기경을 성직자부 장관으로 임명하기도 했다. 교황청 핵심인 부서에 아시아계를 임명한 파격 인사였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장관석 기자 j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