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의 라면 가격 인상발표 이후 CJ제일제당·대상·하림·사조 등 주요 식품 기업들이 제품가 인상에 동참하고 있다. 추석 이후로는 더욱 많은 업체들이 제품 가격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식품 업체들이 제품 가격 인상에 열을 올리는 주된 이유는 올 4분기 이후 국제 곡물 가격이 안정세에 접어들기 전 제품 가격을 올려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소비자들에게 가격을 전가하는 셈이다.
올 들어 고공 행진하는 물가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이 많은 상황에서 제품 가격을 올리는 식품 업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기업의 사회적 의무와 책임을 외면하지 말고 물가 안정에 동참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농심은 다음달 15일부터 라면 26개 제품에 대한 출고 가격을 평균 11.3% 인상할 방침이다. 지난해 8월 이후 1년 만에 또 다시 제품 가격을 올리는 셈이다.
대형마트에서 봉지당 평균 736원에 판매되고 있는 신라면의 가격은 820원으로 오른다.
농심은 올 상반기 영업이익 386억원보다 많은 390억원의 광고선전비를 사용하면서 인상 명분을 마련했다. 24년 만에 국내 시장에서 적자를 기록하는 등 뚜렷한 실적 하락세를 보이는 만큼 제품가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농심이 총대를 멘 이후 주요 식품 업체들은 대표 제품 가격 인상을 서두르는 모습이다. CJ제일제당은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CJ햇반 육개장국밥을 기존 4200원에서 4800원으로 14.28% 올린다는 계획이다.
대상은 조미료 미원을 2400원에서 2700원으로 12.5% 인상한다. 하림은 편의점용 닭가슴살 가격을 8.8% 올린 3700원 닭가슴살 소시지를 13.6% 오른 2500원에 판매한다. 사조는 편의점용 닭가슴살을 3700원으로 12% 인상한다.
◆원재료 부담 앞세워 제품가 올린 뒤 수익성 극대화 노려
식품 업계가 가격 인상을 서두르는 것은 곡물가 상승 시기에 원재료 가격 부담을 앞세워 제품 가격을 올려야 향후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7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전달 대비 8.6% 하락한 140.9포인트를 기록했다. 이중 곡물가격지수는 전달보다 11.5% 하락한 140.9% 포인트로 나타났다.
8월 들어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거래하는 9월물 인도분 밀 선물 가격은 부셸(27.2㎏)당 7달러 수준으로 지난 3월 14달러25센트 대비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12월 인도분 옥수수 선물 가격도 6달러 수준으로 낮아졌다.
수입 곡물이 선물로 3~6개월 가량 앞서 거래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수입 곡물 가격은 올 4분기부터 하락세를 보일 수 있다. 원재료 투입 단가 상승으로 수익성 악화에 직면했던 식품 기업들의 어려움도 해소될 전망이다.
◆“원자재 가격 내리면 제품 가격 내려야”…소비자 비판↑
소비자들은 식품업계가 물가 안정에 동참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각에선 인상 요인이 발생했을 때 수익 방어를 위해 제품 가격 인상에 나섰다면 인상 요인이 해소됐을 때 제품 가격을 내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식품 업계의 도미노 인상이 지속될 경우 소비자들이 외면할 수 있다. 제품 가격 인상에 대해 불만을 가진 소비자들이 제품 구매 빈도를 줄여 결과적으로 식품 업계의 실적이 곤두박질 칠 가능성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제품 가격 인상에 대해 소비자들이 납득하지 못할 경우 구매율이 떨어져 인상 전보다 매출이 큰 폭으로 감소할 수 있다”며 “제품 가격 인상이 실적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단순한 계산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