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슨홀 미팅에서 제롬 파월의 미 연준(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매파적 발언에 미 증시에 이어 코스피도 연이어 급락했다. 그동안 금리인상에도 예견된 수순이라며 크게 움직이지 않던 코스피도 충격을 받은 모양새다.
29일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파월의 강력한 메시지와 함께 이달 말 예정된 미국의 고용지표와 다음달 소비자물가지표 결과까지 더해져 연말까지 변동성을 키워갈 것으로 전망했다.
이날 코스피는 오후 1시37분께 2425.22를 기록했다. 1.97% 하락한 2432.06에서 출발하다 장중 2%대까지 낙폭을 키웠다.
이어 “40년 만에 최고 수준에 근접한 인플레이션을 공격하기 위해 중앙은행이 우리의 도구를 강력히 사용할 것”이라면서 “중앙은행이 미국 경제에 ‘약간의 고통’을 초래할 방식으로 금리를 계속 인상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이에 미 주요 증시는 3%대 하락 마감했다. 특히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497.56포인트(3.94%) 폭락한 1만2141.71로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는 그보다는 적은폭의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최근 회복세를 보이던 점을 고려하면 시장에서 미 연준 입장에 충격을 받았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다.
최근 국내 증시에서는 기준금리 인상이나 미 연준의 긴축정책 입장에도 크게 반응하지 않았다. 투자전문가들은 이미 이같은 정책 기조가 시장에 다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봤다. 충분히 긴축정책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이미 하락했다는 설명이다. 오히려 떨어질 대로 떨어졌다고 예상된 종목 위주로 외인들이 매수하면서 그 힘에 최근 2500대까지 회복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이후 외국인 투자자들이 코스피 시장에서 5조원 이상 매수세를 보였다. 글로벌 경기 개선 국면에서 외국인 자금이 국내 주식시장에 유입됐던 과거 경험에 기인한다”며 “외국인 자금은 경기 회복세에 베팅한다기 보다 낙폭이 과다한 주식을 선별적으로 접근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파월의 강력한 발언에 연말까지 증시 변동성은 커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파월의 매파적 발언은 시장의 ‘피봇(Pivot정책전환) 기대감을 꺾기에 성공했다. 연설이 전반적으로 매파적인 점도 있었지만 마지막 부분에서 ’마지막에 1980년과 볼커의 교훈‘을 따르겠다고 한 부분이 핵심”이라며 “시장이 흔들린 배경은 매파적 발언에도 있지만 불확실성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구체적인 숫자나 이론적인 논거, 어떻게 하겠다 계획 없이도 ’볼커처럼 하겠다‘는 선언 자체로도 시장의 불확실성을 더했다”며 “의지는 결연했지만 ’어떻게‘ 부분이 결여됐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변동성은 이달과 다음달에 예정된 각종 지표 결과에 따라 확대 혹은 축소될 예정이다.
이번주 금요일인 9월 2일에는 8월 고용보고서 공개가 예정되어 있다. 시장은 8월 비농업 부문 고용이 32만5000명 증가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달에는 52만8000명 증가했다. 8월 실업률도 3.5%로 전달과 같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달에는 물가지수도 발표된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파월의 멘트 만으로 추세적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예측하긴 어렵지만, 시장에서는 그동안 퍼져있던 피봇에 대한 기대에 경고한 것으로 받아들인 것 같다”며 “앞으로 있을 지표 결과에 따라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금리인상폭이 줄어들 수도 있지만, 당분간 변동성 높은 시장이 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정 수석은 “연말로 갈수록 실적과 경기 둔화가 가시화될테니 증시가 강하게 반등하거나 강세를 보일 것이란 기대는 낮추는게 좋다”며 “하반기 변동성이 크고 정책 방향을 알 수 없더라도 적어도 금융정책 방향이 돌아서지는 않을 것은 아니지 않나. 그런만큼 방어적인 투자를 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