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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둘에 시모까지 살해…고액보험 사기 가해자 62%는 ‘가족’

입력 | 2022-08-29 14:33:00


주부인 A 씨는 2015년 남편의 사업 실패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자 음료수에 맹독성 농약을 넣어 남편을 살해한 뒤 4억5000만 원의 보험금을 편취했다. A 씨는 사치성 소비로 보험금을 탕진한 뒤 이번에는 재혼한 남편을 같은 수법으로 살해해 5억3000만 원의 보험금을 타냈다. A 씨는 동일한 수법으로 시어머니를 살해하고 딸을 중태에 빠뜨렸다.

식당 아르바이트생인 B 씨는 2017년 일본 신혼여행을 가는 공항에서 해외여행자보험에 가입한 뒤 여행 중 아내가 우울증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면서 사망보험금 1억5000만 원을 청구했다. 조사 결과 B 씨는 호텔 객실에서 주사기로 아내에게 니코틴 원액을 주입해 살해한 것으로 밝혀졌다.

무직인 C 씨는 2011년 카지노 도박에 빠져 생활고를 겪다가 외국인 아내와 결혼했다. C 씨는 아내가 사망하면 11억 원의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보험 계약에 가입했다. 이후 C 씨는 아내에게 수면제를 먹인 뒤 고의로 화재를 일으켰다.

일용직으로 생활하던 D 씨는 2014년 아내가 사망하면 6억 원의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보험 계약에 가입했다. 이후 D 씨는 아내가 강에서 다슬기를 잡다가 물에 빠져 익사했다며 보험금을 청구했다. 수사 결과 D 씨는 아내의 머리와 어깨를 수 분간 눌러 살해한 것으로 밝혀졌다.

금융감독원은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피해 금액이 1억 원 이상인 보험사기 사건 31건을 분석한 결과, 가해자의 61.8%는 피해자의 가족이었다고 29일 밝혔다.

금감원에 따르면 고액 사망보험금을 노린 사기 가해자는 배우자와 부모가 각각 전체의 44.1%와 11.8%를 차지했다. 자녀와 형제자매는 각각 2.9%였고, 내연 관계·지인·채권관계는 각각 8.8%였다.

가해자의 직업은 무직·일용직이 26.5%로 가장 많았다. 이어 주부 23.5%, 자영업 5.9%, 서비스업 5.9% 순이었다.

가해자의 연령은 60대 이상이 35.5%로 가장 많았다. 이어 50대 29.0%, 40대 19.4%, 30대 12.9%, 20대 3.2% 순으로, 고연령층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가해자의 성비는 여성 51.5%, 남성 48.4%로 비슷한 수준이었다.

가해자의 수법은 흉기·약물 살해가 38.7%로 가장 많았다. 이어 추락사 등 일반 재해사고 위장 22.6%, 차량 추돌 등 교통사고 위장 19.4% 순이었다.

피해자는 50대 이상 평범한 계층의 남성인 경우가 많았다. 주로 자택·도로 등 일상생활 영역에서 피살됐다.

피해자의 직업은 회사원과 주부가 각각 22.6%로 가장 많았다. 이어 서비스업 16.1%, 자영업 9.7% 순이었다.

피해자의 성비는 남성이 64.5%, 여성이 35.5%였다.

피해자의 연령은 60대 이상과 50대가 각각 29.0%로 가장 많았다. 이어 40대 19.4%, 30대 16.1%, 20대 6.5% 순으로, 고연령층이 주된 피해자였다.

사고 지역은 도로가 22.6%로 가장 많았다. 이어 자택 19.4%, 직장 12.9% 등 일상생활 영역에서 주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자는 평균 3.4건의 보험계약에 가입돼 있었다. 5건 이상 가입된 경우는 22.6%였다. 20건의 보험계약에 가입된 경우도 있었다.

가입 상품은 종신보험이 33.7%로 가장 많았다. 이어 질병(건강)보험 27.9%, 정기보험 12.8%, 상해(재해)보험 12.8% 순이었다.

피해자들의 납입 보험료는 월 평균 62만2000원이었다. 100만 원 이상은 20% 수준이었다.

사고는 보험 가입 후 평균 158일(5개월)이 지나 발생했다. 전체의 54.8%는 계약 체결 후 1년 안에 사고를 당했다.

금감원은 관계 기관과 공조해 고액 사망보험금을 노린 보험 사기에 대한 조사 및 적발을 강화했다. 보험사는 과도한 다수 보험 가입을 사전에 차단하는 등 계약 인수 심사를 강화했다.

금감원은 “최근 코로나19 장기화 및 금리·물가 인상 등으로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됨에 따라 사망보험금을 노린 범죄가 증가할 우려가 있다”며 “보험사기 의심 사례를 알게 된 경우 금감원 또는 보험사 보험사기신고센터에 적극 제보해 달라”고 당부했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