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에도 이렇게 다 같이 모이면 좋았을 텐데, 오늘이라도 졸업식이 열려서 마음이 홀가분하고 기분이 좋네요.”
3년 만에 졸업식이 열린 29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체육관 앞에서 뉴시스와 만난 학부 졸업생 A씨는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2020년에 졸업을 했지만 이날 대면 졸업식이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오랜만에 학교를 찾았다.
코로나19 사태 당시 대면 졸업식이 열리지 않았는데 일생에 한 번뿐인 대학 졸업식에 참여하지 못해 아쉽다는 생각에 졸업을 한 사회인 신분으로 가족들과 함께 졸업식에 오게 됐다고 한다.
대면 졸업식이 따로 열리지 않아 아쉬움을 표했던 ‘코로나 졸업생’들을 배려한 학교는 이들의 졸업식 참여 신청도 받았다. 이에 졸업을 앞둔 학생들뿐 아니라 일찍이 졸업장을 받은 학생들도 졸업의 기쁨을 누리고자 수여식을 찾았다.
비가 추적추적 내려 궂은 날씨에도 졸업생, 재학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아 3년 만의 대면 졸업식에 학교는 들뜬 분위기였다.
학위 수여식은 오전 10시30분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이보다 이른 시간대부터 체육관 안팎엔 졸업 가운을 입은 학생들, 꽃다발을 든 지인들로 북적였다. 체육관 앞에 마련된 수여식 포토존은 꽃을 들고 만개한 미소를 지으며 사진을 찍고 있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야외 마스크 착용 해제로 사진을 찍을 때 마스크를 잠시 벗은 채 활짝 웃는 학생들도 보였다. 졸업식 분위기를 만끽하던 학생들은 코로나 상황에서도 졸업 소감들을 전했다.
국어국문학과 대학원을 졸업하는 김지윤(35)씨는 “코로나로 인해 선배들은 졸업식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며 “이렇게 대면으로 3년 만에 졸업식이 열려 서로 축하 인사를 나눌 수 있어 기쁘다”는 소회를 남겼다.
학위 수여식 시작 시간대인 오전 10시30분 ‘서울대학교’ 깃발을 들고 있던 기수들이 졸업식장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기수들 뒤로 오세정 서울대학교 총장을 위시한 교수진들이 졸업식장으로 따라 들어갔다. 체육동 안에는 졸업생 본인만 들어갈 수 있어 졸업을 축하하러 온 가족과 친구들은 2층에서 졸업식을 지켜봤다.
이날 ‘필즈상’ 수상자 허준이 교수는 2번째 졸업 연설자로 나섰다.
그러면서 “제 대학 생활은 잘 포장해서 이야기해도 길잃음의 연속이었다”며 “(졸업생들이) 무례와 혐오와 경쟁과 분열과 비교와 나태와 허무의 달콤함에 길들지 않기를, 의미와 무의미와 온갖 폭력을 이겨내고 하루하루를 온전히 경험하기를, 그 끝에서 오래 기다리고 있는 낯선 나를 아무 아쉬움 없이 맞이하게 되길 바란다”고 말하며 졸업식 연설을 마쳤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