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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고객 소송 늘어나나…法 “잘못 나간 보험금 병원서 직접 못 받아”

입력 | 2022-08-29 15:25:00


대법원은 지난주 보험사가 실수로 지급한 ‘임의비급여’ 실손보험금에 대해 가입자를 대신해 병원으로부터 대신 받아낼 수 없다고 판결했다. 보험사의 ‘채권자대위권’을 인정하지 않은 것인데, 이로 인해 앞으로도 깜깜이 임의비급여 진료와 실손 청구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현재 관련된 ‘임의비급여’ 소송만 1000억원 수준인 만큼, 보험사들이 가입자들에게 직접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5일 A 보험사가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각하 판결했다. 이로써 전원합의체는 보험사가 실손보험 가입자인 소비자를 대신해 임의비급여로 진료를 한 의료기관에 대해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결론냈다.

‘채권자대위권’이란 채권자가 자신의 채권을 보전키 위해 채무자의 권리를 대신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이번 소송은 실손보험금에 해당하는 부당이득반환을 위한 ‘채권자대위 소송’이었다. 채권자인 보험사는 의료기관을 상대로 채무자(보험가입자·환자) 대신 채권(보험금) 회수할 수 있는지 다퉜다.

의사인 B씨는 비염 치료를 목적으로 환자들에게 트리암시놀론(triamcinolone·피부염 치료 등에 사용되는 스테로이드성 약물) 주사를 놓고 3800만여원의 진료비를 받았다. A 보험사는 진료비 상당의 보험금을 환자들에게 지급했다. 이후 A 보험사는 이 주사 치료가 국민건강보험법 등 관련 법령에 위반되는 임의비급여에 해당해 무효라고 주장, 2019년 채권자대위권에 기해 의사에 대한 진료비반환청구 소송을 냈다.

‘임의비급여’는 건강보험법상 정식으로 인정받지 못한 치료법이다. 정부에서 ‘신의료기술 평가’를 받고 안전성과 유효성을 인정받아야만 ‘(요양)급여’ 혹은 ‘(법정)비급여’ 중 하나로 편입될 수 있다. 이에 임의비급여는 보험약관상 면책 사항이기 때문에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험사들이 보험금을 지급해 온 이유는 ‘3영업일 이내 지급’이라는 약관 내용과 이로 인한 ‘비용적’ 측면 때문이다.

금감원 표준 보험약관에 따르면 보험사는 보험금 청구서류를 접수한 날부터 3영업일 이내에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 보험금 지급사유의 조사나 확인이 필요한 때엔 조사·확인 후 생보사의 경우 10영업일 이내, 손보사의 경우 7영업일 이내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법정비급여만 하더라도 10만 건에 이른다. 진료비 세부내역서에 ‘비급여 주사제’ 몇 만원 이런 식으로 찍혀 오는데, 추가 자료를 일일이 요청하기에 조사 여력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 비용이 더 들 수 있고, 고객과 병원도 협조적이지 않기 때문에 어려움이 따른다. 그래서 임의비급여 보험금에 대해선 대부분의 보험사들이 일단 선지급하고 채권자대위소송을 하는 방식으로 대처해 왔다”고 설명했다.


◆판결의 파장은…고객에게 직접 소송 가능성은 낮아

이날 선고는 앞서 언급한 1000억원 수준의 또 다른 임의비급여 채권자대위소송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법 판결이 이전 여타 임의비급여 판결보다 더 큰 방향성을 지니는 이유는 전원합의체 판결이기 때문이다.

전원합의체는 일반적으로 단독 또는 복수의 법관으로 구성되는 재판부와 달리, 대법원장이 재판장이 되고 대법관 전원의 3분의 2 이상이 참여해 출석 법관 과반수의 의견에 따라 심판한다. 보통 매우 복잡하거나 정말 중요한 의미를 지닌 재판일 경우 이뤄진다.

당장 31일 타 보험사들의 ‘맘모톰’ 관련 실손보험금 반환 청구 대법원 판결이 예정돼 있다. 이 판결은 1심과 2심 모두 보험사가 패소한 상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전원합의체에서 보험사의 채권자대위권이 불인정된 만큼 맘모톰 소송도 긍정적으로 볼 수 없는 상황”이라며 “더 중요한 것은 당장의 1000억원보다 앞으로 임의비급여 진료가 계속 성행하고, 이에 대한 실손보험금 청구가 이어질 것이라는 점”이라고 짚었다.

다만 보험사들이 이미 임의비급여를 받고 보험금을 받은 해당 고객들에게 소송을 진행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대신 보험사들은 추가적인 임의비급여 보험금 지급을 막기 위해 보험금 심사를 강화하는 한편, 앞서 지급된 보험금에 대해선 고객들의 동의를 얻은 후 ‘양수금소송’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수금은 금전채권을 제3자에게 양도한 경우 제3자가 채무자에 대해 청구할 수 있는 금전을 뜻한다. 채무자가 채무를 이행하지 않을 때 채권양수인이 양수금을 지급받기 위해 채무자를 상대로 법원에 ‘양수금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각 건의 보험금이 10만원 내외로 소송 비용이 외려 더 들 수 있다. 또한 금융당국의 반응이나 국민정서 등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보험소비자에 대한 소송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