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심장부, 야권의 텃밭이라는 광주·전남이 갈수록 ‘설 자리’를 잃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선거에 비수도권 유일후보로 출마한 송갑석 의원의 낙마로 호남 정치력 약화는 현실화됐고, 나아가 호남 홀대와 고립이 심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의원 개개인과 지역정치권 스스로의 경쟁력 강화를 통한 체급 상향은 물론이고, 진영 대결과 극심한 ‘내편 네편’ 가르기, 냉랭한 민심이 불러온 최악의 투표율 등 숱한 과제에도 직면하게 됐다.
우선, 정치권에서는 송갑석 의원이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기류와 친명계(친이재명계)의 견고한 아성을 넘지 못하고 고배를 마셨다. 비명계, 친문 진영의 지원사격에도 출마자 7명 중 6위, 최하위권으로 체면을 구겼다.
선출직 최고위원은 5명 모두 수도권 몫으로 돌아갔다. 전체 권리당원의 3분의 1, 수도권 다음으로 많은 대의원수를 보유하고도 호남은 전북 한병도, 전남 서삼석 의원에 이어 세 번 연속, 3년 연속 선출직 최고위원 진입에 실패했다.
이재명 신임 당 대표가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호남 몫을 배려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지명직의 경우 선출직에 비하면 명예직에 가까워 구색 맞추기가 될 공산이 높다.
정치력 약화는 국회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21대 국회 전반기에 이어 후반기에서도 광주·전남 국회의원 중 상임위원장은 단 한 명도 없다. 총선 호남 몰표에도 불구 정작 당내와 국회에서는 변방으로 전락한 셈이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경우 5명이 포함됐음에도 위원장은 뒷전으로 밀렸다.
표면적 고립화 외에 풀어야 할 과제도 만만찮다.
당장 8·28전당대회, 심지어 시당위원장 선거에서도 표면화된 ‘친명 대 비(반)명’ 대결 구도에 따른 계파 갈등과 호남표 분산, 공천 참사와 내로남불 등이 초래한 선거 3연패에 대한 진지한 자성이 우선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역대 최저 지방선거 투표율’, ‘전당대회 호남권 권리당원 온라인 투표율 전국 최저’로 드러난 민심 이반 현상을 무겁게 받아들여 지역 정치권 스스로 경쟁력과 확장성을 키워야 한다는 비판에도 귀 기울여야 할 때다.
지역 정가 한 관계자는 “호남 정치권 약화는 지역 국회의원들의 상품성과 경쟁력이 미미한 것도 무시할 수 없다”며 “선거 때만 호남을 내세우면서 정작 탯자리인 ‘호남정치’에 대한 투자는 소홀한 점, 2년 뒤 총선을 앞두고 친명과 반명으로 나뉘면서 사분오열된 점도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강기정 광주시장도 이날 “호남에 기반한 후보가 한 명도 지도부에 진입하지 못해 산업과 교육 등 균형 정책을 펼쳐야 할 민주당으로서는 아쉽고 우려스럽다”며 “호남 정치력을 키우려는 노력과 ‘국가 질병’이라 부르는 균형발전을 위한 노력에 한 치의 오차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광주=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