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0월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이 또 동시에 오른다. 4월과 7월에 이어 올해만 세 번째 동반 인상이다. 가스 등 연료를 비싸게 수입해 소비자에게 싸게 공급하면서 한국전력공사와 한국가스공사의 손실 부담이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는 탓이다.
정부는 한전과 가스공사 손실을 방치할 수 없다는 입장이면서도 서민들의 물가 부담이 더 늘어날 수 있어 인상 폭을 두고 고민에 빠져 있다.
29일 정부와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가스공사 등은 올해 10월 이후 도시가스 요금을 올리기로 하고 인상 폭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도시가스 요금은 발전 원료인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단가인 원료비(기준연료비+정산단가)와 도소매 공급업자의 공급 비용 등을 합한 도소매 공급비로 구성된다.
가스공사 미수금이란 발전 연료의 매입단가가 판매단가보다 더 높아 가스공사 입장에서 입게 되는 손실금이다. 연료비 연동제에 따라 인상해야 했을 판매단가를 올리지 못해 가스공사가 미수금만큼 손실을 입은 셈이다. 올해 들어 상반기(1~6월)까지 가스공사 미수금은 5조1087억 원이다.
지난달 LNG 현물 수입가격은 t당 1034.75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대비 107.7% 급등해 역대 최대치인 1월(1138.14원)에 근접했다. 특히 이번 달에는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더 올라 역대 최대 기록를 갈아 치울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세(원화 가치 하락세)도 가스요금 인상을 압박하고 있다. 그만큼 가스공사의 미수금 규모가 더 늘어날 수 있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미수금 규모가 늘면 향후 가스공사 재무 상황이 악화되기 때문에 연료비 연동제에 따라 판매단가를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10월에 가스요금 뿐 아니라 전기요금도 인상된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말 연료비 상승을 고려해 올해 4월과 10월 전기요금 기준연료비를 kWh(킬로와트시)당 4.9원씩 올리기로 결정했다. 전기요금은 기본요금, 기준연료비, 기후환경요금, 연료비 조정요금으로 구성된다. 지난달 조정요금은 최대 인상 폭인 5원 올랐다. 올해 한전의 적자가 30조 원에 육박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10월 예정된 기준연료비 인상에 더해 추가 인상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한전과 가스공사 등 에너지 공기업의 손실 규모가 폭증하며 연료비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고공행진 중인 최근 물가 상황을 고려하면 공공요금의 인상을 제한할 수밖에 없다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특히 공공요금이 물가 인상을 부채질한다는 인식을 주게 되면 정부 입장에선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2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참석해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에 대한 국회의원 질의에 “가격 정상화 문제는 에너지 충격이 있어서 단기간에 하기보다는 긴 시간을 두고 완충하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