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캐롬당구연맹(UMB) 랭킹 81위 차명종은 28일 서울 노원구 태릉선수촌 승리관에서 열린 2022 서울 세계3쿠션당구월드컵 결승에서 랭킹 2위 다니엘 산체스(48·스페인)에게 16이닝 19-50으로 지면서 2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우승컵은 놓쳤지만 직전 최고 성적이 32강(4월 라스베이거스월드컵)이었던 차명종은 이번 대회로 자신의 이름을 세계 3쿠션계에 알렸다.
예선 3라운드부터 출전한 차명종은 한국 선수로는 일곱 번째로 월드컵 결승에 오른 선수가 됐다. 2010년 튀르키예 대회에서 김경률(1980~2015)이 한국인 최초로 결승에 올라 우승한 이후 지금까지 최성원(부산시체육회), 강동궁, 조재호(이상 현 프로당구협회 소속), 허정한(경남당구연맹), 김행직(전남당구연맹)이 결승에 올랐다.
차명종은 “김행직은 나보다 어린 동생이지만 당구로는 대선배고 엄청난 커리어를 가진 선수다”며 “항상 배운다는 마음으로 당구를 쳐왔는데 같이 연습도 하고 경기도 치르면서 익숙해진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차명종은 늦깎이 당구 선수다. 35세인 2013년 다니던 제약회사를 그만두고 당구의 길로 접어들었지만 그해 태어난 첫째 아들과 2년 뒤 출산한 둘째 아들의 육아로 온전히 당구에 집중하지 못했다. 본격적으로 당구에 전념한 건 2016년부터다. 차명종은 “어릴 때부터 엘리트 코스를 밟은 강동궁 같은 선수들에 비해 스트로크 자세와 정교함이 떨어지는 등 단점이 많았다. 그래서 누구보다 기본기에 충실하고자 노력해왔다”고 했다.
차명종의 준우승이 확정됐을 때 누구보다 많은 눈물을 흘린 건 아내 이민재 씨(40)다. 이 씨는 차명종이 안정적으로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당구를 하고 싶다”고 했을 때 망설임 없이 남편을 지지했다. 퇴사 이후에는 부부 모두 별다른 벌이가 없었기 때문에 그간 벌어놓은 돈으로 버티는 수밖에 없었다. 이 씨는 이번 대회가 끝난 뒤 차명종에게 “이것보다 더 잘할 수는 없다. 당신이 당구선수로서 나에게 믿음을 줬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로 차명종의 세계 랭킹은 81위(승점 38점)에서 35위(87점)로 크게 올라갔다. 높아진 랭킹 만큼 목표도 바꼈다. 차명종은 자신이 쓰는 큐에 매직으로 당구인생의 목표를 적는 습관이 있다. 대회 전 ‘세계대회 입상’을 적었던 차명종은 대회 후 ‘월드챔피언’으로 문구를 고쳐적었다. 세계대회 입상에 성공했으니 우승으로 목표를 높인 것이다.
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