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금융시장이 ‘파월 쇼크’로 휘청거렸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매파(통화긴축 선호) 발언 여파로 미 증시가 추락한 데 이어 아시아 주요 증시도 일제히 급락하며 ‘블랙 먼데이’를 연출했다. 원-달러 환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350원을 넘어섰고, 국내 증시는 2% 넘게 급락했다.
2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9.1원 급등한 1350.4원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2009년 4월 28일(1356.8원) 이후 13년4개월 만에 처음으로 1350원을 돌파했다. 하루 상승 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금융시장이 극심한 쇼크에 빠졌던 2020년 3월 19일(40.0원) 이후 가장 높았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장중 1350.8원까지 치솟았다. 앞서 26일(현지 시간) 파월 의장은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경제정책 심포지엄 연설에서 “금리 인상을 쉬어갈 때가 아니다”며 3연속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금리 인상)을 예고했고 이는 뉴욕 증시의 폭락으로 이어졌다.
연준이 고강도 통화긴축을 시사하자 한국은행도 경기 침체를 감수하고 금리인상 속도를 올릴 수밖에 없다는 뜻을 비쳤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27일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빅 스텝(0.5%포인트 금리 인상) 여부에 대한 질문을 받고 “국내 물가상승률이 5%를 훨씬 상회할 경우 파월 의장처럼 한은도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둘 수밖에 없다”면서 가능성을 인정했다. 국내 기준금리가 빠르게 오르면 물가를 잡을 수는 있지만 경기 회복은 저해될 우려가 크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도쿄=이상훈특파원 sang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