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세 이상 노후 대책으로 인기
서울 마포구에 사는 최모 씨(89·여)는 딸의 권유로 올 4월 주택연금에 가입해 매달 380만 원을 받고 있다. 최 씨는 “10년간 거주한 아파트 가격이 7억5000만 원까지 뛰었다”며 “앞으로 집값이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가입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매달 150만 원 정도 나오는 공무원연금으로는 생활비와 병원비를 충당하기 빠듯했는데 이제는 증손자들의 용돈까지 주게 됐다.
폭등했던 주택시장이 조정기에 접어들면서 최 씨처럼 서둘러 주택연금에 가입하는 고령층이 늘고 있다. 올해 연간 가입자가 사상 최대인 1만4000명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 주택연금 인기…올해 가입자 역대 최대
29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이 주택금융공사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 주택연금 가입자는 6923명으로 1년 전에 비해 36.4% 급증했다. 이런 추세를 감안하면 올해 연간 기준으로 1만3628명이 주택연금에 가입할 것으로 공사 측은 추산했다. 주택연금은 살고 있는 집을 담보로 맡기고 매달 일정 금액의 노후자금을 평생 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부부 중 연장자가 만 55세 이상이고 보유한 주택의 공시가격이 9억 원 이하(시가 12억∼13억 원 정도)이면 가입할 수 있다.
가입 조건을 따질 때와 달리 평생 받을 연금 수령액은 가입 당시에 평가한 주택 시가에 따라 확정된다. 연금에 가입한 뒤 집값이 오르든 떨어지든 상관없이 정해진 연금을 받는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최근 수년간 급등한 주택가격이 올 들어 정체 또는 하락세를 보이면서 집값이 더 떨어지기 전에 서둘러 주택연금에 가입하려는 ‘막차 수요’가 몰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올 상반기 주택연금 가입자들이 보유한 주택도 시가 9억 원 초과가 13.3%로 가장 많았다. 이어 4억 원 이상∼5억 원 미만(12.2%), 5억 원 이상∼6억 원 미만(12.1%) 순이었다. 2020년과 지난해에는 2억 원 이상∼3억 원 미만인 저가 주택의 가입 비중이 각각 20.9%, 14.0%로 가장 높았지만 올 들어 역전된 것이다.
○ “올해 가입자 월평균 161만 원 받아”
서울 강서구에 사는 권모 씨(72)도 시세 10억 원가량인 아파트를 담보로 올해 6월 주택연금에 가입했다. 매달 받는 국민연금 150만 원에 더해 주택연금 270만 원을 추가로 받게 됐다. 권 씨는 “집값이 오른 덕택에 꽤 많은 연금을 받으면서 여유 있게 생활하고 있다”고 말했다.전문가들은 노후 생활자금이 부족한 고령층이라면 주택연금 가입을 저울질해 볼 시점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부동산팀장은 “수도권이나 대도시 핵심 지역이 아니라면 당분간 집값 조정을 피하기 힘든 만큼 주택연금 가입을 고려해 볼 만하다”며 “다만 살고 있는 집을 담보로 하기 때문에 향후 이사 가능성은 없는지 잘 따져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