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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 시민들, 생태도시 쪼개는 전철 건설 소식에 뿔났다

입력 | 2022-08-30 03:00:00

지난해 국토부 “경전선 전철화 사업
일부 구간 순천 도심 지날 것” 발표
소음-안전 등 이유로 여론 들끓어
지역단체 성명 내고 반대 운동 진행



전남 순천시 시내를 통과하는 기존 경전선 철도 노선의 모습. 순천시와 시민들은 경전선 고속전철화 사업 노선이 도심을 관통할 경우 각종 문제점이 커질 것을 우려하며 외곽 우회 노선을 주장하고 있다. 순천시 제공


전남 순천 시민들이 경전선 고속전철화 노선 4.2km의 도심 관통을 강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생태도시로 성장한 순천이 삼등분으로 쪼개지는 데다 안전사고, 소음 발생 등 각종 부작용이 커질 것이란 이유에서다. 순천 시민들은 “경전선 전철화 노선이 도심 외곽으로 우회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29일 순천시에 따르면 지역 40여 개 단체가 경전선 전철화 노선의 순천 도심 관통을 반대하는 성명을 내거나 반대하는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이홍탁 순천시주민자치회 협의회장(54)은 “경전선 전철화 노선이 도심을 관통하는 것에 대해 시민 30만 명 모두가 반대하고 있다”며 “노선이 도심을 관통하는 것을 끝까지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2월 국토교통부는 경전선 고속철도화 사업의 순천∼벌교 구간 21km 가운데 4.2km가 순천 도심을 관통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후 순천 지역 시민사회와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 이를 반대하는 여론이 대거 확산되고 있다.

순천 시민들이 도심 통과에 반대하는 이유는 뭘까. 주민들은 경전선 전철화 사업이 끝나면 하루 6회 통과하던 열차가 하루 40회 고속열차(KTX 이음)로 늘어나게 된다고 지적한다. 특히 고속열차 통과 횟수가 증가한 만큼 7m 높이의 전기시설을 추가로 설치해야 하고, 고속열차 통과로 인한 입체교차로를 10여 개 만들어야 한다는 게 시민들의 주장이다. 특히 선로 주변 곳곳에 방음벽도 추가로 설치해야 하는 등 시민 불편이 커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경전선은 광주 송정역∼부산 부전역(321.3km)을 잇는 철도다. 부산과 경남 지역 선로의 경우 고속전철화 사업이 이미 끝난 곳이 있고, 내년이면 공사가 마무리된다. 광주 송정역∼전남 나주역∼보성역∼벌교역∼순천역(122.2km) 구간을 전철화하는 것이 마지막 사업이며 총사업비는 1조7703억 원이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와 전남도 등은 순천 도심을 통과하는 노선 대신 우회 노선으로 변경할 경우 사업비가 3016억 원에서 5600억 원으로 2500억 원가량 증가한다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전체 사업비의 15% 이상이 늘어나 타당성 재조사를 해야 한다. 사업이 지연될 가능성 등이 크다”고 말했다. 전남도 관계자도 “경전선 광주 송정역∼순천역 전철화를 조속히 진행해야 하는데 순천 시민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어 고민이 깊다”고 말했다.

그러나 순천 시민들은 국토부와 전남도가 순천 지역 피해는 고려하지 않는다고 반발하고 있다. 신광래 순천시 어린이집법인회장은 “국토부나 전남도는 순천 시민들의 피해는 관심도 없고 경전선 전철화 사업 추진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관규 순천시장도 26일 원희룡 국토부 장관을 만나 순천 도심을 관통하는 노선의 문제점을 전달하는 한편 올 하반기로 예정된 경전선 기본계획 확정고시를 미뤄줄 것을 요청했다. 노 시장은 “경전선 순천 구간을 100년 만에 손대는 것은 새로 건설하는 것이나 다름없는데 새 철도를 도심을 관통하게 놓는 경우는 없다”며 “시민들은 기존의 방식대로라면 경전선 사업을 원하지 않는다”고 민심을 전했다. 원 장관은 “경전선 구간 중 유일하게 도심을 통과하는 순천 노선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나니 경전선 관련 내막과 사정을 충분히 알게 됐다”며 “사업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순천시민들의 입장도 이해가 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노 시장은 “한 도시의 희생을 통해서 전철화 사업이 진행된다면 해당 도시는 반발할 것이고 이렇게 되면 사업이 많이 지연될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되면 모든 도시가 손해를 보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