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대홍수 사망 1000여명 두달 반새 인구 15%가 수해 입어
홍수가 오기 전 파키스탄 펀자브주 라잔푸르 마을과 밭의 원래 모습을 찍은 24일 항공 사진(위 사진)과 홍수가 덮친 뒤 찍은 28일 사진. 붉은색 흙과 초록색 곡물들이 모두 물에 잠겼다. 라잔푸르=AP 뉴시스
“저희 집과 아이들이 강 건너편에 있습니다. 우리 집이 보이는데 갈 수가 없어요.”
홍수가 휩쓸고 간 파키스탄 북부 카이베르파크툰크와주의 한 계곡을 앞에 두고 주민 A 씨는 계곡 건너편을 바라보며 발을 동동 굴렀다. 최근 며칠 새 쏟아진 폭우로 이 지역에선 어린이와 여성 등 최소 15명이 숨졌다. 계곡 한쪽엔 마을이, 다른 쪽엔 시내가 있는데 둘 사이를 연결하는 다리가 홍수에 휩쓸려 가면서 마을은 고립된 상태였다.
A 씨는 26일 시내로 외출을 나왔다가 폭우에 다리가 무너지면서 아이들이 있는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29일 현장을 찾은 영국 BBC 취재진에게 말했다. “정부가 와서 다리를 복원해 주길 바라며 이틀간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요. 정부는 다른 길로 돌아서 걸어가라고 하는데 8∼10시간이 걸려요. 저 같은 늙은 여성이 어떻게 걸어갑니까.”
이날도 계곡 건너편에서 한 주민이 시내 쪽에 있던 BBC 취재진을 향해 돌멩이가 담긴 비닐봉지를 던져왔다. 봉지 안에는 손으로 쓴 쪽지가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아파서 마을을 나갈 수 없습니다. 홍수에 휩쓸려간 사람들도 있어요. 우리는 약과 보급품이 필요합니다. 제발 다리를 재건해 주세요.’ 마을에선 폭우로 건물 수십 채가 붕괴됐고, 마을의 가장 큰 시장도 사라졌다. 난리 통에 형을 잃은 소헤일 씨는 운영하던 휴대전화 가게도 무너졌다.
28일 파키스탄 국가재난관리청은 6월 중순 시작된 폭우로 어린이 348명을 포함해 1033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홍수로 인한 직간접적인 피해를 본 시민은 인구의 15%가량인 3300만 명에 달한다.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