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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전기료 1년새 3배에 “비상 상황”… 우크라선 “난방시간 단축”

입력 | 2022-08-30 03:00:00

고물가속 에너지값 가파른 상승세… 英, 내년엔 2년새 6배 예측까지
“난방할지 음식 살지 선택 몰릴수도”
가스 부족 우크라, 혹독한 겨울 예고
“집에 담요-따뜻한 옷 비축을” 권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 유럽이 전례 없는 에너지 위기를 맞은 가운데 영국 에너지당국이 “10월 전기 요금이 1년 전보다 약 3배로 급등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미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0%를 넘어선 상황에서 에너지 가격 급등이 물가 추가 상승 등 경제에 큰 충격을 가하고 저소득층의 삶을 위협할 것이란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26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기료 등 물가 부담으로 인해 올해 성탄절에 상당수 영국인이 ‘난방’과 ‘음식’ 중 어디에 돈을 쓸지 하나만 골라야 할 것이라며 현 사태를 “국가 비상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러시아의 침공 6개월을 맞은 우크라이나 역시 수십 년 만에 가장 추운 겨울을 경험할 것으로 보인다. 당국은 올겨울 난방시간 단축 및 난방온도 저하 등을 예고하며 각 가정에 “담요 등을 비축하라”고 권고했다.
○ 英 에너지 요금, 1년 만에 3배로 상승
26일 영국 에너지 규제기관 ‘오프젬’은 10월 가구 에너지 요금 상한을 현재 연 1971파운드(약 311만 원)보다 80% 높은 연 3549파운드(약 560만 원)로 책정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요금 상한이 1277파운드(약 201만 원)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1년 사이 무려 2.8배로 뛴 셈이다. 2020년부터 올해 3월까지 영국 에너지 요금 연간 상승률은 10% 안팎이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올해 4월 약 54% 상승하면서 서민들의 부담이 커졌다.

내년에는 에너지 가격 상승세가 더 가팔라질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 자문업체 ‘콘월인사이트’는 내년 1월 영국 가구가 최소 5387파운드(약 850만 원), 같은 해 4월에는 최소 6616파운드(약 1044만 원)의 에너지 비용을 부담해야 할 것으로 예측했다. 지난해 4월 에너지 요금 상한 1138파운드(약 180만 원)의 약 6배에 달한다.

영국은 소비 전력의 40%를 천연가스에 의존하고 있다. 러시아산 가스의 의존도는 독일 등 유럽 주요국에 비해 낮은 편이다. 하지만 주요 에너지 업체가 모두 민영화돼 정부의 개입 여지가 적다. 원가 상승분이 고스란히 소비자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필수재로 소비를 줄이기 어려운 품목인 에너지 요금이 비싸지면 저소득층이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현재 영국 저소득층이 소득의 25%를 에너지 비용으로 쓰고 있지만 조만간 40% 이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가디언은 28일 “전기요금 급등으로 굶는 아이들이 늘어날 수 있다. 보편적 무상 급식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 우크라 “겨울 난방 시간 줄이고 온도 낮춘다”
소비 가스의 40%를 유럽에서 수입해 오는 우크라이나는 올겨울 상당한 에너지 대란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국영 가스사 ‘나프토가즈’의 유리 비트렌코 회장은 이날 가디언 인터뷰에서 “소련 시절에 만들어진 중앙난방 체계를 예년보다 더 늦게 가동하고 더 일찍 끄겠다”며 담요와 따뜻한 옷을 미리 비축하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올해 난방 온도를 17∼18도로 낮출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통상 매년 12월∼다음 해 3월 실내온도를 21∼22도로 유지할 수 있는 난방을 공급했다.

비트렌코 회장은 “올겨울 총 40억 m³ 상당의 천연가스 수입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국제사회로부터 100억 달러(약 13조5000억 원)의 지원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서방의 재정 지원이 없다면 가스 부족으로 정전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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