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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전 187일, 헤르손 수복 개시 공식화…원전 포격 피해 확산

입력 | 2022-08-30 01:09:00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87일째인 2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점령지인 남부 헤르손 수복 작전 개시를 공식 발표했다. 연내 탈환을 목표로 했던 우크라이나가 작전 개시를 공식화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반면 핵심 전선인 중부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에는 재차 포격이 이뤄졌다. 연료저장소 건물 지붕 일부에 구멍이 발생한 것이 확인됐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소행을 주장했다.

CNN,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나탈리아 흐메뉴크 우크라이나군 남부작전사령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는 우크라이나 헤르손 지역 등 남부 지역의 다양한 방면에서 공격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흐메뉴크 대변인은 “우크라이나군이 남부 지역의 러시아군 병참선을 겨냥한 공격은 적을 약화시켰다”면서 “지난 주에도 (아군 공격으로) 러시아 군 탄약고가 10개 이상 타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흐메뉴크 대변인은 “우리의 주 공격 방향은 프라우디네 방향이었으며, 그곳의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한스크인민공화국(NPR) 병사를 타격했고 그들은 러시아 지상군과 함께 도주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모든 군사 작전에는 침묵이 필요하다”면서 향후 우크라이나 군의 헤르손 반격 작전이 어떻게 전개될지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삼갔다. 우크라이나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헤르손과 크름반도 등 남부 지역의 작전 상황을 함구해왔다.

익명의 우크라이나 군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군이 남부 헤르손 탈환 작전으로 3개 방면에서의 러시아 군 방어선을 돌파하고 마을 4곳을 탈환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곳은 ▲노바 드미트리우카 ▲아르한헬스키 ▲토미냐 발카 ▲프라우디네 등 4곳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 정례 화상연설에서 “우크라이나는 우리의 것을 돌려받고 있는 중”이라면서 “하르키우·돈바스·자포리자·헤르손·크름반도와 즈미이니섬(뱀섬)을 비롯해 흑해·아조우해를 돌려받는 일이 발생할 것이라는 점을 점령자들은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페트로 포로셴코 전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CNN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군의 헤르손 수복 작전 개시 상황에 관해 “오늘(29일) 오전 우크라이나 군이 (헤르손 지역에)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으로 반격이 시작됐다”며 “이것은 오랫동안 기다려 온 반격 작전”이라고 말했다.
헤르손은 개전 후 러시아 군이 가장 먼저 점령을 시도할 만큼 전략적으로 가치가 높다. 2018년 강제 병합한 크름반도와 직접 연결된다. 완전 점령을 목표로 내건 동부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주)까지 더해 우크라이나 동·남부 장악에 필수적이자 상징성이 큰 곳이다.

우크라이나 군은 그동안 동부 루한스크주 함락 위기 속에서도 러시아 군이 장악한 헤르손 전선에서 새 돌파구 마련에 더 많은 공을 들여왔다. 미국의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 등 서방이 지원한 장거리 무기가 도착하기를 기다렸다가 공세적 반격을 시도했다.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우크라이나가 남부 공격에 나선 것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지금 얘기할 것은 (우크라이나 군이) 현지화된 방식으로 다른 주요 반격의 잠재능력을 갖췄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최근 반격의 규모와 범위에 관계 없이 우크라이나 군은 이미 러시아 군사력에 영향을 미쳤다”며 “러시아는 반격의 위협에 대비해 돈바스 지역에서 병력을 끌어와야 했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중부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에서 재차 포격이 발생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지원단의 안전 점검 사찰을 앞둔 시점에 위험한 상황이 계속됐다. 잇딴 포격으로 인한 피해가 확산하고 있다.

리아 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가 임명한 자포리자주 행정 수반인 블라디미르 로고프는 텔레그램에 “우크라이나군이 쏜 포탄이 자포리자 원전의 원자로 연료저장소 건물 지붕 위에 떨어졌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의 공습용 드론이 원전 내 사용 후 핵연료 저장소를 목표로 접근하던 중에 격추됐다”며 “방사능 수치는 정상적”이라고 밝혔다.

CNN 등이 이날 미국 민간 위성 영상 업체 막사 테크놀로지로부터 입수해 공개한 새 사진을 보면 원전 건물 지붕에 검게 그을린 흔적과 함께 4개의 구멍이 뚫린 것이 확인된다.

방사능 유출이 이뤄졌는지 여부는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미 국방부 관계자는 CNN에 “자포리자 원전에서 방사선 센서 데이터를 계속 모니터링하고 있다”면서 “현재까지 방사능 수치가 증가하거나 비정상적으로 증가한 징후는 없다”고 밝혔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최근 일련의 포격 상황과 관련해 서로의 소행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날 포격 주체도 정확히 알려지지는 않았다.

CNN에 따르면 미군 고위 관계자는 “러시아가 원전 주변 지역을 포격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도 “러시아의 포격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우크라이나가 발전소 근처에서 발사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는 별개로 러시아는 헤르손 인근 교통 요충지 미콜라이우에 포격을 감행했다. 미콜라이우는 헤르손에서 북서쪽 방향으로 50㎞ 떨어진 곳이다. 헤르손과 크름반도로 진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략적 요충지로 평가된다.

올렉산드르 센케비치 미콜라이우 시장은 이날 텔레그램에 “러시아가 미콜라이우 지역의 주거용 빌딩과 교육용 건물에 12발의 로켓을 발사했다”며 “민간인 2명이 숨지고 11명 이상이 부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이후 비탈리 김 미콜라이우 주지사는 “부상자 규모는 24명까지 늘어났다”고 수정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