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준 긴축 발언 후폭풍] 고삐 풀린 환율, 커지는 ‘S 공포’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향후 빠른 금리 인상을 시작하면서 국내 금융시장도 직격탄을 맞았다. 29일 증시 및 환율 종가가 표시된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모습. 홍진환 기자
○ 갈수록 짙어지는 ‘S의 공포’
최근 국내 금융시장은 연준의 고강도 긴축 등 글로벌 경제의 악재에 따른 충격을 연일 가감 없이 받고 있는 양상이다. 원-달러 환율은 광복절 연휴를 마친 16일 이후 미국 중국 유럽 등 각국의 경기 침체 우려, 연준 인사들의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발언 등 악재가 터질 때마다 용수철처럼 튀어 오르며 이날 이후 29일까지 50원 가까이 폭등했다. 26일(현지 시간) 공개된 파월 의장의 자이언트스텝 시사 발언 역시 주말 이틀 동안 ‘소화’할 시간은 충분했지만 29일 외환시장은 개장과 함께 여지없이 강한 후폭풍을 면치 못했다. 외환당국은 이날 구두 개입성 메시지와 실개입(보유 달러화 매도)을 모두 병행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환율 상승을 막는 데는 역부족이었다.환율이 이처럼 계속 급등하면 한국 경제는 여러 방면에서 역풍을 맞게 된다. 우선 국내 물가상승률이 6%대를 웃도는 상황에서 수입 물가를 올림으로써 치솟는 물가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된다. 물가 정점이 계속 뒤로 밀리며 인플레이션이 악화될 경우 가계와 기업들은 모두 비용 상승의 고통을 감내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물가를 잡기 위해 한은이 금리를 갑자기 올리면 경기가 큰 충격을 받게 된다. 가계의 이자 상환 부담이 커지고 소비가 위축되면서 기업들의 매출 감소, 고용 둔화 등 악순환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자칫 물가도 잡지 못한 채 경기를 꺼뜨리게 되면 한국 경제는 고환율·고물가·저성장의 ‘3중 트랩(덫)’에 빠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전 세계적인 공급망 위기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는 이런 복합 위기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는 요인이 된다.
○ 한은도 고강도 긴축 채비
29일 10시26분 현재 원-달러 환율이 1347.20원으로 52주 최고점을 찍었다.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에 환율 종가가 표시되어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앞으로 한은의 금리 결정은 환율 및 물가의 향방에 달려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앞으로도 미국의 긴축 우려로 환율이 크게 오르거나 고물가가 고착화될 경우 현재 2.5%인 한국의 기준금리는 연내 3%를 돌파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미국의 물가지표가 둔화되거나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 연준의 긴축 속도가 늦어지면서 잠시 숨을 돌릴 수도 있다.
윤창용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올 하반기 환율의 상단은 1400원”이라며 “유럽 에너지 위기와 달러 강세, 한국의 무역적자가 계속된다면 환율 추가 상승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연준의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해소될 때까지 코스피 하락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박상준 기자 speakup@donga.com
이호 기자 number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