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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문명 거부…26년 혼자였던 아마존 부족 마지막 원주민 사망

입력 | 2022-08-30 10:17:00

2018년 브라질 아마존 정글에서 홀로 생활하던 원주민 남성의 모습. 브라질 국립원주민재단(FUNAI)


문명 사회와의 접촉을 거부하고 브라질 아마존 정글에서 홀로 생활하던 부족의 마지막 원주민이 숨졌다.

29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지난 23일 브라질 국립원주민재단(FUNAI)은 이 남성이 자신의 오두막 해먹에 누워 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재단은 그간 원거리에서 이 남성이 제대로 생활하고 있는지 관찰해왔다. 재단 측은 남성의 시신 주변에 여러 색의 앵무새 깃털이 놓여 있는 것을 보아 자신의 죽음을 미리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숨진 것은 발견되기 40~50일 전으로 관찰되며, 침입 흔적이나 외상이 없어 자연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남성의 나이는 대략 60세 전후로 추측된다.

2018년 브라질 아마존 정글에서 홀로 생활하던 원주민 남성의 모습이 담긴 마지막 영상. 브라질 국립원주민재단(FUNAI)

이 남성은 자신의 부족 마지막 생존자였다. 지난 26년여간 브라질 아마존 깊은 곳인 ‘타나루 토착민 보호구역’에서 홀로 살아와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사람’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국제 원주민 보호단체인 서바이벌인터내셔널은 1970년대 이후 가축 목장주와 토지 약탈자들의 공격으로 이 남성의 다른 부족민 대부분이 살해됐다고 전했다. 남아있던 6명은 1995년 불법 광산업자들의 공격으로 숨져 이 남성만 남게 됐다.

그는 자신이 살던 영역에 여러 개의 구덩이를 파고 그 위에 밀집 오두막을 짓고 생활했다. 동물을 잡기 전 구덩이에 몸을 숨기는 습관이 있어 ‘구덩이 남’이라고도 불렸다. 옥수수와 파파야를 경작하기도 했다. 남성의 모습이 담긴 마지막 영상은 브라질 국립원주민재단 측에 의해 2018년 공개됐다. 영상에서 그는 도끼와 비슷한 도구로 나무를 베고 있다.

브라질 아마존 정글에서 홀로 생활하던 원주민 남성이 만든 오두막집 모습. 서바이벌인터내셔널

이 남성은 사망 직전까지도 외부 세계와의 모든 접촉 시도를 완강히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람들이 접근하면 덫을 놓거나 화살을 쏘면서 격렬히 저항했다. 원주민 보호를 목적으로 접근하는 정부 관계자를 피해 끊임없이 도망쳤으며 그간 곳곳에 만든 오두막집은 모두 53개에 달한다.

원주민 전문가인 마르셀로스 도스 산토스는 “수십 년 전 벌어진 대량 학살을 고려하면, 남성이 외부인을 믿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그에게는 완전한 고립이 유일한 생존 방법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브라질 당국은 이 원주민의 사망 경위를 밝히기 위해 시신 부검을 결정했다. 무인비행장치(드론)와 3차원(3D) 스캐너를 활용해 오두막 주변 모니터링도 진행 중이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