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내년도 예산안을 55조9000억 원으로 편성했다.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보다 7%가량 줄어들었지만 국토부 창설 이래 3번째로 큰 예산 규모다.
층간소음 문제 해결을 위한 사업예산이 신설됐고, 가덕도 신공항과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B 노선 건설에 필요한 예산이 신규로 편성됐다.
반면 구리에서 세종을 잇는 제2 경부고속도로 건설사업‘ 예산이 사업계획 변경 등을 이유로 4000여억 원 이상 대폭 삭감됐다. 또 지난 정부에서 역점사업으로 추진했던 도시재생사업 예산도 2600여억 원 이상이 깎였다.
● 내년, 건전재정 전환에 SOC 예산 10% 감축
이런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편성한 2023년 예산안은 55조9000억 원이다. 1994년 말 국토부가 창설된 이래 최대 규모였던 올해(60조1000억 원)보다 4조2000억 원(20.8%) 줄었다.
다만 이 역시도 2021년(57조1000억 원)에 이어 역대 3번째로 많은 것이다. 게다가 국토부 예산은 국회 심의 과정에서 거의 매년 늘어났다. 경기 침체 등을 우려한 추경 과정에서 증액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내년 말까지 지켜봐야 최종 예산 규모를 파악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과정에서 SOC 관련 예산이 18조7000여억 원으로 전년(15조8000억 원) 18% 이상 늘어났다. 수자원 분야 예산이 전년 대비 50% 가까운 5000여억 원이 삭감된 상황에서 나타난 결과여서 눈길을 끌었다. 댐 관리 업무 등이 환경부로 넘어가면서 관련 예산이 깎였기 때문이다.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여파로 경기침체가 장기화할 우려가 제기되면서 2021년(57조1000억 원)과 올해(60조1000억 원)에도 국토부 예산은 꾸준히 증가했다. 이 때에는 주거복지 예산이 2021년(전년 대비 상승률·17.7%)과 2022년(12.7%)에 연속으로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인 게 주효했다.
내년 예산안에서는 2018년 이후 매년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던 SOC 예산이 19조9000억 원으로 올해(22조1000억 원)보다 10.0%(2조2000억 원) 줄었다. 또 복지예산도 36조 원으로 올해(38조 원)보다 5.3%(2.0조 원) 감소했다.
● 층간소음 대책예산 신설…GTX 사업 예산 증액
내년 예산안에서 신규로 예산이 편성된 사업 가운데 눈여겨볼 만한 사업이 적잖다.
우선 최근 사회적인 문제로 다시 급부상한 층간소음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추진 중인 사업에 380억 원이 책정됐다. 기존 주택의 층간소음 차단성능 보강을 위한 매트 등을 설치 시공하는 데 300억 원, 공동주택 리모델링 과정에서 층간소음 고성능 자재 사용할 때 싼 이자로 융자를 지원하기 위해 80억 원이 각각 배정됐다.
현 정부가 핵심 역점사업으로 추진하는 GTX-B노선(인천 송도~경기 남양주 마석)의 용산~상봉 구간 건설비(324억 원)도 내년에 처음으로 편성됐다. 이 구간은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건설하기로 돼 있는 구간이다.
이밖에 세종~청주(1003억 원) 부산신항~김해(784억 원) 울산외곽(573억 원) 안산~인천(30억 원) 등 4개 고속도로 건설에도 2390억 원이 신규 투입된다. 또 사업 추진에 대한 논란이 가시지 않고 있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필요한 기본계획수립, 전략환경영향평가, 사전재해영향성 검토 등에 필요한 용역비(120억 원)도 내년 예산안에 처음으로 반영됐다.
● 제2경부고속도, 도시재생사업 예산 대폭 삭감
반면 내년 예산안이 올해 예산보다 크게 감액된 사업들도 적잖다.
우선 제2 경부고속도로로 불리는 ’세종~포천고속도로‘의 사업비가 크게 줄었다. 이 도로의 세종~안성 구간(2022년 예산·3102억 원→2023년 예산안·972억 원)이 2130억 원, 안성~구리 구간(3604억 원→1501억 원)이 2103억 원이 감소했다.
국토부는 이에 대해 세종~안성 구간 감액은 “세종~연기 구간의 차로 확장 계획에 따라 공기가 연장된 데다, 주요 구간의 토지보상이 완료되면서 예산수요가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또 안성~구리 구간은 “내년 준공 예정으로, 잔여 사업이 많지 않다”고 덧붙였다.
지난 문재인 정부가 역점사업으로 추진했던 도시재생사업 관련 예산도 6127억 원으로 올해(8815억 원)보다 30.5%(2688억 원) 줄었다. 국토부는 이에 대해 “성과평가 등을 통한 구조조정과 신규사업이 축소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해외건설 수주 지원을 위해 만든 해외인프라시장 개척 예산도 올해(726억 원)의 절반 이하인 299억 원만 책정돼 눈길을 끈다. 이용실적이 부진한 것이 원인으로 풀이된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