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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보조금 지급 제외’ 협의 위한 정부 대표단 방미… 총력 외교전

입력 | 2022-08-30 13:29:00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발효로 미국 시장에서 한국산 전기차가 더 이상 보조금을 받지 못하게 되자 정부가 미 정부와 공식 협의에 들어갔다. 하지만 IRA가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조 바이든 행정부 역점 사업인 데다 이미 의회를 통과한 만큼 국산 전기차가 입을 피해를 되돌릴 최선의 해법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안성일 산업통상자원부 신통상질서전략실장과 손웅기 기획재정부 통상현안대책반장, 이미연 외교부 양자경제외교국장 등 정부 합동대표단은 29일(현지 시간) 워싱턴에 도착했다. 대표단은 31일까지 미국무역대표부(USTR) 부대표 및 재무부 상무부 같은 관계 부처 및 의회 인사들을 만나 전기차 보조금 차별 조항을 협의할 예정이다.

안 실장은 “(미국에) 전기차 보조금 제도에 대한 우리 기업 입장과 정부 우려를 전달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 실장은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했음에도 한국 전기차가 차별받게 된 것을 두고 ‘뒷북 대응’ 논란이 일고 있는 데 대해 “(법안이) 갑자기 발표된 측면이 있고 다른 나라도 잘 몰랐던 이야기”라며 “오히려 한국이 제일 빨리 대응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대표단 방미 협의 후에는 안덕근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이 다음달 8, 9일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릴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장관급 회의에 참석한 뒤 워싱턴을 찾아 캐서린 타이 USTR 대표 등을 만나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다음달 중순엔 이창양 산업부 장관이 미국을 방문해 지나 러몬도 상무부 장관 등과 만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다음달 18~20일 열릴 유엔 총회에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해 바이든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할 경우 전기차 보조금 문제는 핵심 의제가 될 전망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전기차 보조금 차별 조항에 대한 윤석열 행정부 반발에 “타당한 문제 제기”라는 견해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태용 주미 한국대사는 29일 특파원 간담회에서 “한미 양국은 (전기차 보조금 문제) 해법 마련을 위해 정부간 협의를 진행하기로 합의했다”며 “한국산 전기차에 대한 차별적 조치의 부당성을 강조했고 미국 측도 별 이견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IRA 법안 개정을 통해 전기차 보조금 피해를 원상 복구하는 것을 최대 목표로 두고 미국 정부와 의회에 이를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중간선거를 앞두고 IRA 통과를 최대 성과라며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가 적극적으로 법 개정 움직임을 취할 가능성이 낮다는 것. 중간선거 이후엔 상·하원 의석 변화에 따라 미 의회가 이른바 ‘레임덕 세션(회기)’에 들어가는 만큼 법안 개정은 더욱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조 대사도 “법률이 확정된 상태라 완전한 해법 마련에는 큰 노력이 소요된다”면서 “미 의회 및 행정부 인사와 적극 협의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IRA 법안 개정 같은 근본적 대책 대신 국산 전기차에 추가 혜택 제공 같은 보완책 마련 방안을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에서도 전기차 확대를 비롯해 기후 대응을 위한 IRA 법안이 오히려 전기차 시장을 축소할 수 있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는 29일 보고서에서 “IRA의 전기차 세액 공제 조항이 미국 자동차 제조업체 전기차 판매 성장과 수익을 억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피치는 2024년부터 중국산 광물이 사용된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에 보조금을 제한하는 IRA 조항을 언급하며 “현재 생산되는 전기차 모델이 거의 세액 공제를 받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본 자동차 제조업체 혼다 미국법인 데이브 가드너 부회장도 전날 “새로운 전기차 보조금 조항은 자동차 업체가 전기차로 전환하는 데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비판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