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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리스트 양성원 “15년만에 다시 녹음한 베토벤…혼을 담는 작업이었죠”

입력 | 2022-08-30 13:50:00


“첫 녹음 때는 잘 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죠. 그 때와 비교하자면 이번 녹음은 혼을 담는 작업이었습니다.”

첼리스트 양성원(55·연세대 교수)이 베토벤 첼로 소나타 5곡 및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변주곡 3곡 전곡을 음반으로 내놓았다. 2007년 프랑스 피아니스트 파스칼 드봐이용과 같은 레퍼토리를 앨범으로 처음 선보인지 15년 만이다.

“인생은 한 번 사는 거니까 두 번은 하고 싶었죠.(웃음) 그동안 음악의 뿌리가 더 깊어졌고 내면적으로 성장했습니다. 이 곡들과 제 사이가 한층 자연스러워졌고 가까워졌습니다.”

15년 전의 EMI에서 데카로 음반사가 달라진 것, 5분짜리 소품인 소나티나 C단조가 추가된 것 외에 뚜렷한 변화는 두 가지다. 10년 동안 함께 호흡을 맞춰온 이탈리아 피아니스트 엔리코 파체가 이번 앨범에 함께 했다. 그리고 첼로 현 네 개 중 저음현(絃) 두 개에 19세기 스틸(강철)현 등장 이전의 거트현(동물의 창자를 꼬아 만든 현)을 사용했다.



그는 동갑내기 파체를 ‘현존 최고의 음악가 중 한 사람’이라고 극찬했다. 파체는 바이올리니스트 레오니다스 카바코스와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을 녹음하는 등 세계 최고 현악 연주자들의 협업 요청을 한 몸에 받는 피아니스트다.

“같이 있으면 수도자 같은 느낌이 들어요. 아이들 나이도 비슷해서 대화가 잘 통하죠. 리허설 할 때 아침에 만날 시간은 정해도 끝나는 시간은 정하지 못해요. 저녁식사 끝난 뒤에도 한참을 맞춰보고 몇 시인지도 몰라요. 리허설 때마다 음악적으로 큰 만족을 얻습니다.”

거트현은 양날의 칼이다. 우선 표현이 풍부하다. “스틸현은 파워가 있지만 색채를 여러 가지로 바꾸기 어렵죠. 15년 전에는 네 현 모두 스틸현을 썼습니다. 거트현은 섬세하고 사람 목소리와 더 가까워요. 저음도 한층 깊게 들어갈 수 있습니다.” 대가도 치러야 한다. “거트현은 예민하죠. 특히 습도에 민감해요. 금방 튜닝(조율)이 틀어져 버리곤 합니다. 네 현 모두 거트현을 쓴다면 녹음 일정을 두 배로 늘려야 합니다.”

베토벤 첼로곡들은 첼리스트들에게 ‘신약성서’로 불린다. ‘구약성서’는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집이다. 양성원은 ‘구약’도 2005년에 이어 2017년에 두 번째로 녹음했다. 바흐도, 베토벤도 두 번째 과정이 훨씬 ‘혹독’했다고 그는 털어놓았다.

“아는 만큼 혹독해집니다. 이번 베토벤은 유럽에서 여러 차례 연주회를 한 다음에 녹음했고, 이상을 추구하면서 녹음도 길어졌죠. 만약 베토벤의 초상화를 그린다면 어떻게 그리는 게 실제 베토벤에 더 가까워질까, 상상했습니다. 10대와 20대 때의 연주가 연습의 결과물이라면, 40대 이후는 매일의 삶이 음악을 통해 드러나게 되죠.”

그는 최근 새 영역에 발을 들였다. 이달 독일 라인 음악축제(Musictage am Rhein)에서 실내악단 마인츠 비르투오지와 이 축제에 참여한 학생 연주가들이 함께 한 악단을 지휘했다.

“예전에 준비 없이 서울에서 한 번 지휘한 것 외에는 처음입니다. 여러 사람의 소리를 끄집어내는 일이 중독성 있더군요. 실수도 했지만 만족이 컸습니다. 많은 준비가 필요한 만큼 앞으로 신중하게 조금씩 해나갈 생각입니다.”

그는 새 앨범 발매를 기념해 파체와 전국을 돌며 베토벤 첼로 소나타 전곡 리사이틀을 연다. 9월 23일 부산 영화의전당을 시작으로 통영, 대전, 여수 등에서 공연한다. 서울에서는 9월 29일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리사이틀이 열린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