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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 부실투자 드러나…檢, 실사보고서 확보

입력 | 2022-08-30 14:57:00

금융정의연대와피해자들이 지난 6월13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탈리아헬스케이펀드에 대한 분쟁조정위원회 재개에 따른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 결정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1500억 원의 환매 중단 사태를 일으킨 ‘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의 해외 투자금 대부분이 자금을 회수하기 어려운 곳에 투자되는 등 부실 투자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당초 투자자들에게 설명된 내용과 달리 회수가 어려운 투자처에 펀드 자금이 투입된 사실을 파악하고 자산운용사와 판매사인 은행의 ‘사기 판매’ 의혹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30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부장검사 채희만)는 ‘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가 투자한 기초자산에 대한 실사보고서를 입수해 분석하고 있다. 삼일회계법인의 2020년 3월 실사 보고서에 따르면 이 펀드 투자금 총 1571억 원 가운데 회수된 금액은 339억 원으로 회수율이 21.5%에 불과했다.

특히 절반이 넘는 투자금이 만기 5~6년 이상인 의료 채권에 투자된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 자산의 가치도 원금 대비 39~58% 수준이었다. 이는 판매사가 당초 투자자들에게 제공한 상품 투자설명서에 담긴 내용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투자설명서에는 “매출 채권의 궁극적인 채무자가 이탈리아 정부로 의료 예산으로 집행된다. 이탈리아 국가 파산 등 재정 위기가 발생하지 않는 한 채무가 이행된다”는 내용이 있다. “투자 기간은 최대 2년 1개월이고 약 1년 1개월 시점에 조기 상환, 무조건 상환이 가능하다”는 내용도 있다.

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는 이탈리아의 의료 채권에 투자하는 해외 펀드에 투자하는 재간접 펀드인데, 이탈리아의 의료 채권은 두 종류로 나뉜다. 병원과 지방 정부가 연간 예산 한도 안에서 계약한 채권으로 별도의 소송 없이도 6개월 안에 상환받을 수 있는 유형과, 채권자가 별도로 소송을 내서 수년을 거친 뒤 상환받을 수 있는 유형이 있다. 판매사는 투자자들에게 안정적으로 6개월 안에 상환 가능한 채권에 투자하는 것처럼 홍보했지만 실제 투자금 대부분은 만기가 5~6년인 채권에 투자됐던 것이다.

검찰은 실사보고서를 토대로 자산운용사가 실제 투자금을 운용하는 과정에 불법성이 있었는지, 관련 금융기관이 비정상적인 투자 과정을 묵인했는지를 확인하고 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