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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北 도발땐 평양 상공에 ‘K팝 담은 USB’ 뿌려 보복을”

입력 | 2022-08-30 18:25:00

美 베넷 랜드硏 선임연구원 인터뷰



평양 노동신문


북한이 핵무기 능력을 고도화함에 따라 전시 뿐 아니라 평시에도 대량살상무기(WMD) 및 사이버역량 등을 더 복합적이고 공세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아산정책연구원과 미국의 군사안보 전문 싱크탱크인 랜드연구소는 30일 이 같은 공동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WMD 등을 억제하려면 재래식 군사력을 선제 사용할 필요도 있다”고 했다. 이어 “한국과 미국이 이(재래식 군사력 사용)를 정당화하려면 북한이 (전면전에 앞서 적용할) ‘전조공격(precursor attack)’에 대한 레드라인(금지선)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이날 발표 후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한국과 미국은 북한의 전조공격 및 사이버위협에 대한 레드라인을 정확하게 설정하고 있지 않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WMD 사용이 레드라인이라는 점을 분명히 규정해야 한다”면서 “레드라인을 어겼을 때 받을 후과가 분명하게 제시되지 않는다면 북한은 한미를 계속 시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랜드연구소는 주로 미 국방부 연구 과제를 수행하는 싱크탱크다. 1971년 베트남 전쟁 관련 국방부 기밀문서(일명 ‘펜타곤 페이퍼’) 작성에 참여한 기관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번에 발표된 보고서는 북한의 생화학 무기와 전자기펄스(EMP), 사이버공격의 다양한 양태들을 소개하면서 “이들 무기가 한반도에서 일어나는 전면전의 성격을 상당히 바꿔 한미 군사력 및 민간에 막대한 피해를 줄 것이며 한국과 미국은 대참사를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인터뷰에서 “북한이 도발할 경우 상응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는 점을 모호하지 않게 전달할 필요가 있다”면서 “반드시 그게 대칭적(symmetric)일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미사일 도발에 똑같이 무력 대응만이 답은 아니라는 것. 그는 “휴대용저장장치(USB메모리)에 K-pop이나 드라마, 한국 정부에 관한 선전 등 외부 정보를 잔뜩 담아 비무장지대(DMZ)주변에 있는 마을이 아니라 핵심지역인 평양으로 드론을 사용해 보낼 수 있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밝힌 북한 비핵화 로드맵인 ‘담대한 구상’에 대해선 “비판적인 논조로 비춰지지 않길 바란다”면서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한 주민들과 그들의 삶을 위한다고 가정하고 있다는 게 이 구상의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군사안보 및 북핵 전문가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 신현주 프리랜서 작가



다음은 베넷 선임연구원과의 1문1답.

―북한의 전조공격(precusor attack)에 대한 한국과 미국의 레드라인은.

“레드라인이 분명하고 정확하게 설정돼 있지 않다. 그것(레드라인)에 대한 정의는 분명히 만들어져야만 한다. 북한이 정말 공격을 하려해서 전조공격이 이뤄지게 된다면 아마도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개를 진행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그중에 몇 개는 성공하고 몇 개는 실패할 것이다. 김 위원장이 자제해서 아주 적게 공격을 진행을 할 수도 있는데 그럴 경우에도 레드라인이 어디에 있는지 분명히 정해야만 한다.

내가 정의하는 레드라인은 ‘WMD를 사용하는 것’이다. WMD 사용은 반드시 레드라인을 넘어가는 행동으로 분명하게 규정돼야 한다.”

―북한 사이버 공격의 레드라인이라는 게 있는지 궁금하다.

“내가 아는 한 한미가 북한의 사이버 공격에 대한 레드라인을 공식적으로 밝힌 선언문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건 한미의 실수라고 생각한다. 상대의 공격을 억제하려면 어떤 행동이 용납되지 않는지 말해줘야 억제될 수 있다. 나는 사이버 공격에 있어서 레드라인은 전기 전력 시스템이나 원자력 발전소 혹은 상수도 체계와 같은 필수 중요 인프라에 대한 공격이라고 정리하겠다.”

―레드라인을 넘으면 어떤 일이 생기나.

“북한에 그 후과가 무엇인지 반드시 설명해줘야 한다. 후과가 반드시 대칭적일 필요는 없다. 보복이란 성격보다 비례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게 중요하다. 아들한테 동생을 때리지 말라고 했는데 때렸을 경우 아들이 오히려 가라테나 태권도 수업을 못 가게 한다든가 가장 중요하고 소중한 것을 못 누리게 하는 방식이 효과적이란 얘기다. 상대편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을 저격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 위원장의 경우 외부 정보가 밖에서 안으로 유입되는 걸 굉장히 싫어한다. 예를 들어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했다면 USB에 K-pop이나 한국 드라마, 한국 정부에 관한 선전 등을 넣어서 핵심 지역인 평양에 드론을 사용해서 보내면 된다. 김 위원장이 USB 드라이브의 95%를 수거한다 해도 5%만 침투되면 김 위원장이 정말 원치 않는 결과가 생길 것이다.”

―그런 비대칭적인 보복이 당장 효과가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북한이 화학·생화학 무기를 사용하면 사실 미국 입장에서는 대칭적인 방법으로 보복할 수 있는 조치가 지금은 없다. 그렇기에 미국에서는 전략적 모호함이라는 개념을 활용하고 있지만 김 위원장에겐 그렇게 강력하게 먹힐 만한 수단이 아니다. 북한에 그렇게 도발하면 굉장히 후회할 것이라고 경고하지만 과연 후회할 만한 조치가 무엇인지 정확히 말하고 있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밝힌 ‘담대한 구상’에는 ‘억제’도 있다. 좀더 명확하게 어떤 부분이 억제로 규정돼야 하나. 윤 대통령이 언급한 경제협력 프로그램들이 실제 북한을 대화테이블로 유도하기에 충분한가.

“담대한 구상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문제라고 한다면, 바로 김 위원장이 북한 주민들을 위한다, 북한 주민들을 위해 노력한다고 가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내가 김 위원장이라면 분명히 주민들을 통제하기 위해 그들을 가난하고 나한테만 의존된 상태로 만들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도 있었지만 북-중 국경을 봉쇄한 조치가 그런 맥락이다. 국경에서 거래를 하는 상인들이 많은 수익을 거두고 있었기 때문에 이들이 돈을 벌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도 있었다고 본다. 이들이 돈을 많이 벌게 되면 결국 북한 관료들을 돈으로 매수할 것이고, 그렇게 하면 원하는 대로 북한 관료들을 움직일 수 있고 곧 권력이 될 수 있다. 김 위원장 입장에선 이들이 가난해야만 말을 잘 듣는 주민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우리는 김 위원장이 정말로 원하는 게 무엇이고, 무엇을 달성하려고 하는지 파악한 다음 그걸 바탕으로 제안을 해야 할 것이다.

다만 담대한 구상에 대해서 비판적인 논조로 가고 싶지는 않다. 그렇게 생각하지도 않는다. 윤 대통령에게는 메시지를 보내야 할 아주 다양한 청중들이 있기 때문이다.”

-억제의 관점에서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에 대해 묻겠다. 중국이 계속 반대하는 궁극적 이유가 뭘까.

“중국의 목표는 단기가 아니라 장기전으로 한미협력이란 상징에 중대한 위협을 끼치고 균열이 가도록 하는 것이다. 중국은 당장 오늘이 아니라 10, 20, 30년 이후 미래의 한미협력까지 내다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에 점진적으로 압력을 넣어서 윤석열 정부에서 당장 철수하지 않더라도 그 다음 정권이 됐을 때 추가 배치조차 고려하지 않도록 힘을 빼는 걸 고려하고 있다고 본다.”

―지난해 보고서에서 북한이 2027년까지 최대 242개의 핵무기를 보유할 것이라고 했는데 북한 핵역량은 어떤가.

“미국에선 북한의 핵무기 역량을 추산할 때 과학자들이 실질적으로 증거를 얻을 수 있는 것을 통해 확신하고 언급한다. 영변은 드러나 있다. 안보 업계의 다른 자료들을 보면 우라늄 농축 시설이 북한에서 최소 3~4개 정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는 알지 못한다고 한다. 영변 핵시설을 통한 핵무기 발전 속도를 보면 영변 이전에 다른 시설이 있었기에 노하우를 습득해서 빠르게 발전시킬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추측하고 있다.”

―정부관계자 및 전문가, 군들로 구성된 전략억제 및 전투수행단(Strategic Deterrence & Warfighting Group)을 발족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전쟁 중 북한이 어떤 방법으로 먼저 공격해올지, 어떤 역량들로 대응해야 할지를 고위급 차원, 전략적 차원에서 우리가 계획을 마련해놓자는 취지에서 제안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핵무기는 대통령의 인가가 있어야만 사용할 수가 있다. 북한에 20기 미사일을 발사한다는 결정을 내릴 때 한국의 윤 대통령에게 허가와 동의를 얻어 공격할 것인지 아니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도 있을 것인지 등이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이런 질문에 대해서는 현재 한미 간 어떠한 논의도 하고 있지 않다. 그래서 이런 논의들을 하자고 제안하는 것이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