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아마존서 홀로 27년 ‘구덩이 남자’ 원주민 숨져 [사람, 세계]

입력 | 2022-08-31 03:00:00

부족민 대부분 개발업자 손에 피살
홀로 살아남아 구덩이 파며 생활
발견 당시 온몸에 앵무새 깃털 덮어



2018년 아마존 타나루 원주민 거주 지역에서 혼자 살고 있던 원주민 모습. 브라질 국립원주민재단 영상 캡처


브라질 아마존 열대우림 개발업자들의 손에 부족민 대부분이 살해되고 홀로 살아남았던 한 부족의 마지막 원주민이 27년간 은신해 살다 끝내 숨졌다. 그는 외부와 접촉을 끊고 곳곳에 구덩이를 파며 생활해 이름, 나이 등이 알려지지 않았다. ‘구덩이의 남자(Man in the Hole)’로 불렸던 그는 숨진 채로 발견될 당시 전신에 앵무새 깃털을 덮고 있었다.

29일 영국 BBC 등에 따르면 A 씨는 약 27년간 볼리비아와 국경을 맞댄 아마존 타나루 원주민 지역에서 홀로 살아왔다. A 씨가 원래 혼자였던 것은 아니다. 1970년대 초 A 씨의 부족에 피바람이 불었다. 원주민 땅을 개간하려던 개발업자와 목축업자들이 들이닥쳐 부족민 대다수를 살해했다. A 씨를 포함해 7명이 살아남았지만 1995년 불법 광산업자들의 공격으로 6명이 숨지고 A 씨만 살아남았다.

당시 브라질 국립원주민재단은 A 씨의 생존 사실을 파악하고 접촉하려 했지만 A 씨는 거부했다. 그는 혼자 살며 밀짚 오두막 50여 개를 남겼다. 오두막 안에는 3m 깊이의 구덩이가 있었다. A 씨가 야생 돼지를 사냥하거나 옥수수, 파파야를 경작해 구덩이에 보관했던 것으로 보인다. 외부인의 공격에 대비해 대피용으로 구덩이를 팠을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브라질 법에 따르면 아마존 원주민들은 전통적으로 점유해온 땅에 대해 소유권을 보장받는다. 이에 근거해 A 씨가 살아온 타나루 원주민 지역은 1998년부터 외부인의 접근이 제한됐다. 하지만 개발업자들은 8070ha(헥타르)에 달하는 이 지역을 차지하려 원주민들을 위협해왔다. 2009년 A 씨의 오두막 근처에서 총알 자국이 발견되기도 했다.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