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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 시장가 형성에 기여” “공기업 회계 손실 우려” 찬반 팽팽

입력 | 2022-08-31 03:00:00

분양원가 공개-서민주거안정 토론회



2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분양원가 공개와 서민주거안정’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김영권 대한건설협회 신사업실장, 강오순 한국토지주택공사(LH) 판매기획처장, 양희관 국토교통부 공공택지기획과장, 남진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사장, 김기범 경기도 택지개발과장,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책국장(왼쪽부터).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국민들은 여전히 아파트 분양가에 거품이 존재한다고 의심합니다.”(김성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책국장)

“(분양원가를 공개하면서) 분양주택 및 임대주택을 대량으로 싸게 공급하면 회계 손실이 나 (결국) 국민들에게 부담이 될 겁니다.”(강오순 한국토지주택공사 판매기획처장)

2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분양원가 공개와 서민주거안정 토론회’에선 분양원가 공개를 둘러싼 토론자들의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갈렸다. 토론은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와 국민의힘 서범수 의원실이 공동 주최했다. 남진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가 좌장을 맡았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경기도, 한국토지주택공사(LH), 국토교통부, 대한건설협회, KB국민은행 등에서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 “분양원가 공개로 거품 제거”
김헌동 SH공사 사장(67)은 이날 ‘분양원가 공개의 의의와 시사점’을 주제로 발제하며 “건설원가와 택지조성원가를 합친 분양원가를 전국적으로 공개해 부동산 가격 안정을 이뤄야 한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시민운동을 할 때부터 분양원가 공개를 주장해왔다. 지난해 11월 취임한 후에는 송파구 오금·구로구 항동지구 등 SH공사가 지은 주요 단지의 분양원가를 공개했다. 김 사장은 분양원가 공개에 대해 “적절한 분양가격에 대한 시민 검증을 통해 분양시장의 거품을 제거하고 합리적 시장가격 형성에 기여할 수 있다”며 LH 등 다른 공기업의 참여를 촉구했다.

토론에 참여한 경실련도 김 사장의 주장에 힘을 보탰다. 김성달 경실련 정책국장은 “지난 정권에서 (부동산 투기 의혹 등으로) LH에 대한 국민적 비판이 어느 때보다 높았는데 쇄신이 실행된 건 하나도 없다”며 “분양원가 공개가 그 시작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2011년 이후 LH가 분양한 경기도 62개 단지를 자체 조사한 결과 적정 분양가보다 1조2000억 원가량 비쌌다”며 “LH의 부당이득이 의심된다”고 몰아붙였다.

김 국장은 윤석열 정부가 최근 서민 주거안정 방안으로 내놓은 ‘청년원가주택’을 ‘원가 공개 없는 원가주택’이라고 표현하면서 “LH의 분양원가 공개 거부가 정부의 원가주택에 대한 신뢰도까지 의심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분양원가의 일부인 건설원가를 공개하는 경기도 사례도 소개됐다. 경기주택도시공사(GH)는 2015년부터 공사가 계약한 10억 원 이상 공사의 건설원가를 공개 중이다. 김기범 경기도 택지개발과장은 “건설원가 공개로 도민의 알권리를 충족하고 공사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며 “SH공사의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는 상당히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 “실익 없는데 부작용 많아” 신중론도
반면 LH는 분양원가 공개에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강오순 LH 판매기획처장은 “LH는 전국에서 사업을 시행하는 국가 공기업”이라며 “원가를 공개하면 수도권에서 나는 수익으로 지방의 손실을 보전하는 전국단위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기 곤란해진다”고 했다. 이익률이 높은 수도권 일부 단지에서 집단 민원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부작용을 우려한 것. 다만 강 처장은 “(분양원가 공개의) 사회적 이익이 더 크다고 결론이 나면 공개할 것”이라며 사회적 합의가 전제될 경우 원가를 공개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국토부도 분양원가 공개의 부작용을 우려했다. 양희관 국토부 공공택지기획과장은 “분양원가 공개는 분양가격 인하를 압박한다는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주택 공급을 위축시키고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는 부정적 측면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한국 부동산 시장이 선분양 제도로 운영되는 점을 지적하며 “완성 단계에 가면 원가가 바뀌는데 분양원가를 공개했을 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우려되는 부작용에 비해 실익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민간에선 분양원가가 기업의 ‘영업비밀’이라며 반발했다. 김영권 대한건설협회 신사업실장은 “치열한 경쟁하에서 가격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들인 노력 자체가 기업의 영업비밀”이라며 “분양원가를 공개하면 해당 업체의 수주 경쟁력이 저하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공기업에 한해 분양원가를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공기업은 주택가격 안정 등 공익 실현과 이익 실현의 균형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분양원가 정보 공개가 필요하다”면서도 “순수 민간기업에 공기업과 동일하게 분양원가 공개를 요구하는 것은 시장 논리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또 “공익 차원에서 일부 분양원가를 공개하더라도 기업의 자율적 경영활동을 침해하지 않도록 세부 방안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했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