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첫 예산인 2023년도 예산안과 관련해 “비정하다”고 비판했다. 국회 과반 의석을 확보하고 있는 민주당이 정기국회에서 예산안 심의를 고리로 윤석열 정부에 대한 견제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 대표는 31일 “이번 정부의 예산안과 이때까지 정책 기조를 보면 지금 이렇게 민생이 어려운데 이렇게까지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며 “이번 예산안 내용을 보니까 참 비정한 예산안이다. 비정하다는 느낌 외에는 표현할 길이 없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서민들의 주거를 해결하기 위한 영구 임대주택, 임대주택 관련 예산을 5조6000억 원이나 삭감했다는 안을 보고 참으로 비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주거난을 겪는 안타까운 서민들에 대해서 예산을 늘려가지는 못할망정 정말 상상하기 어려울 규모로 삭감한 것이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소득부족, 물가상승으로 고통을 받는 분들이 많은데 청년과 노인 일자리 예산도 대폭 삭감했다”며 “정말로 이게 국민을 위한 예산인지, 고통을 받는 국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관심과 애정을 갖고 있는지 정말 의문이 들 정도로 걱정이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쌀값 폭락 문제에 대해서도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그는 “우리는 농가에 대한 지원액수가 선진국에 비해 10분의 1이 될까 말까 할 수준으로 매우 적다”며 “특히 주곡인 쌀값의 폭락은 농가에 엄청난 부담을 주고 농업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한다”고 말했다.
그는 “소위 매수, 수매, 시장격리를 해야 함에도 지연하거나 안하면서 쌀값 폭락을 방치하고 있다. 곧 수확기가 돌아오기 때문에 더 심한 폭락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서 정부가 법에 따라서 시장격리에 신속하게 과감하게 나서 줄 것을 요청한다”며 “(민주당) 원내에서 양곡법 개정을 검토해서 일정한 조건이 갖춰지면 자동으로 시장격리에 나서도록 하는 입법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오른쪽)가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국민의힘 원내대표실을 찾아 권성동 원내대표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앞서 정부는 지난 30일 국무회의를 열고 639조 원 규모의 2023년도 예산을 확정했다. 예산안은 다음 달 2일 국회에 제출되고, 국회는 법정시한인 12월 2일까지 심의, 의결해야 한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회의에서 “대통령은 어려운 분들을 위해 쓸 땐 확실하게 쓰겠다고 호언장담했지만 다음 날 내놓은 예산안에는 정작 취약계층 보호를 위한 예산안이 대폭 잘려 나갔다”며 “말 따로, 행동 따로인 정부 여당의 이중플레이가 어김없이 증명됐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노인, 청년 일자리 예산을 줄일 대로 줄였고, 골목상권 활성화로 소상공인과 지역 경제에 버팀목이 됐던 지역화폐 예산은 모조리 삭감해버렸다”며 “창업과 벤처 예산도 대폭 줄어 가뜩이나 경기가 나빠 어려운 중소기업, 벤처기업계에서는 마치 길에 내팽개쳐진 느낌이라고 말할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 여당은 경제 무능으로 가중되고 있는 민생 현장의 고통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고 예산 정책을 대폭 수정, 보완해야 할 것”이라며 “지금처럼 전 정부 탓하고 국가 재정 건전성을 핑계로 취약계층과 서민의 어려움을 외면하려 한다면 우리 당은 좌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