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장형진 영풍그룹 회장 측 고려아연 주식 매입 장 회장 일가 지분 추가 매입 가능성↑ “최윤범 부회장 계열분리 시도에 장 회장 측 대응 나서” 8월 8일부터 기타법인 주식 매입 규모↑ 범 LG가(家) 고려아연 주식 장내 매수 기타법인 내 산업계 대기업·대형 사모펀드 포진
계열분리를 시도 중인 고려아연을 두고 영풍그룹 내 지분경쟁이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그룹 내에서 고려아연계열을 이끌고 있는 최윤범 고려아연 부회장이 최근 한화그룹을 주요주주로 포섭한 데 이어 이번에는 그룹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장형진 영풍그룹 회장 측이 계열사를 통해 고려아연 지분 매입을 단행한 것. 최 부회장 측이 선공을 날리고 장 회장 일가가 반격에 나선 모양새다. 자회사를 활용한 장 회장 일가의 지분 추가 매입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이달 초부터 고려아연 주식을 꾸준히 장내 매수해온 기타법인(들)의 정체가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해당 기타법인은 향후 있을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각자 이해관계에 따라 장 씨와 최 씨 일가의 백기사(우호 지분) 역할을 맡게 될 전망이다. 이들 회사의 정체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는 이유다. 고려아연 주식의 경우 지난 8일 기타법인이 주식 6만3406주를 대량 매수했고 이후 보름(거래일 기준) 동안 연속으로 기타법인 순매수가 이어졌다.
고려아연은 30일 영풍그룹 계열사인 코리아써키트와 에이치씨가 지난 23일부터 26일에 걸쳐 주식 6402주를 37억 원에 매입했다고 공시를 통해 밝혔다. 지분율은 0.03%, 주당 매입가격은 57만6884원이다. 영풍그룹이 고려아연 주식을 매입한 것은 지난 2019년 이후 약 3년 만이라고 한다.
지난 23일부터 26일까지 기타법인이 매입한 고려아연 주식 수는 총 9683주로 집계됐다. 이 기간 코리아써키트와 에이치씨가 사들인 주식은 6402주로 기타법인 전체 주식의 66.1% 비중을 차지한다. 나머지 3281주는 다른 기타법인이 장내 매수했다. 코리아서키트나 에이치씨처럼 특수관계인 관련 법인은 주식 수가 1주 만 변동해도 일주일 내 공시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자연스럽게 이달 초부터 고려아연 주식을 사들인 기타법인들의 정체에도 많은 관심이 몰린다. 향후 있을 경영권 분쟁에 대비해 장 씨와 최 씨 일가 모두 우호 지분 확보가 절실한 상황인데 기타법인 성향이 두 일가 지분율을 확정짓는 변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범LG가(家)에 속한 업체가 고려아연 주식을 매수한 기타법인에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재계 관계자는 “범LG가에 속한 기업이 고려아연 주식을 매입하면서 지분경쟁에 참여하게 된 상황”이라며 “최 부회장 측 우군으로 주식을 사들이면서 투자 수익도 노리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국내 산업계 대기업과 대형 사모펀드 등 다양한 업체가 고려아연 주식을 매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려아연 경영권을 보유한 최 씨 일가 지분이 여전히 열세지만 유상증자 등을 거치면서 장 씨 일가와 지분율 격차를 상당히 좁혔다는 분석이다. 신주 발행 관련 희석 기준으로 기타법인을 포함한 소액주주 지분율은 약 13.8%, 외국인은 19.1%다. 국민연금은 8.3%를 보유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계열분리를 위해 우호 지분 확보에 나선 최 씨 일가에 맞서 장 씨 일가가 주식 추가 매입으로 대응하면서 지분경쟁이 전면전으로 치닫는 상황”이라며 “최 부회장 측은 적극적인 소통과 폐배터리 등 기업 성장성 확보를 통해 장 회장 측과 지분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최근 고려아연 주가가 오르면서 최 부회장 측 자신감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mb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