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주토끼’ 작가 정보라, 연세대 상대 소송…“11년 퇴직금·수당 지급해야”

4월15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에서 한 시민이 정보라의 소설인 ‘저주토끼’를 살펴보고 있다. 2022.4.15/뉴스1 ⓒ News1

소설집 ‘저주토끼’로 부커상 국제부문 최종후보에 오른 정보라 작가가 연세대학교를 상대로 퇴직금과 수당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서부지법 민사3단독 박용근 부장판사는 31일 정 작가가 연세대를 상대로 퇴직금과 주휴·연차수당을 청구한 재판의 1회 변론기일을 열었다.

이날 재판부는 퇴직금 지급과 주휴·연차수당 청구는 각각 쟁점이 다르다며 분리해서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퇴직금 지급은 주당 실질 근무시간이 얼마인지를 판단해야 하지만 수당과 관련해서는 시간강사 근무 특성상 구체적인 지휘·감독 유무 여부를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정 작가는 2010년 3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약 11년간 시간강사로 연세대에서 강의를 했지만 퇴직금과 각종 수당을 받지 못했다며 지난 4월 연세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8월부터 시행된 강사법에 따르면 대학은 1주에 5시간 이상 강의한 시간강사에게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

정 작가가 강의한 ‘러시아어1’ 강의의 경우 1주 2회 각 100분 수업으로 한 학기에 강의한 시간만 계산하면 49.5 시간이다. 하지만 정 작가 측에 따르면 강의시간 이외에도 강의 준비, 시험출제, 학생관리를 모두 합친 한 학기 실질 노동시간은 총 230.5 시간에 달한다.

이에 정 작가는 “대학강의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는 시간강사에게 퇴직금과 수당을 주지 않는 것은 비정규직 차별”이라며 “연세대에서 한푼도 받지 못했다”고 소송 사유를 밝혔다.

한편 민주노총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은 이날 재판에 앞서 서울서부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강사법 시행된 지 3년이나 지났지만 달라진 것이 없다”며 “재판부는 강의시간 외의 강의 준비와 평가 노동시간에 대해서도 사실에 입각해 납득할 만한 기준을 제시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박중렬 한국비정규교수노조 위원장은 “그동안 대학은 돈이 없다, 등록금 인상 못했다고 핑계대면서 정부는 이를 방치만 하고 학교 입장만 대변했다”며 “정부는 앞으로 대학강사들 차별받지 않고 온전히 교육과 연구노동 수행할 수 있게 모든 노력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