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에서 불법 시위를 벌인 혐의를 받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활동가들이 31일 경찰에 출석했다.
문애린 이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 등 전장연 활동가 3명은 이날 오후 2시께 서울 남대문경찰서 출석 전 기자회견을 열고 “20년 동안 숱하게 장애인들의 권리를 위해 거리에서 싸워왔는데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장애인을 범죄자로 몰아간 적은 없었다”며 “왜 1분이라도 더 외치지 못했는지 억울하다. 조사받은 뒤 다시 또 현장에서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 소장은 “저는 범죄자가 아니다. 진짜 범죄자는 그동안 장애인들이 집구석과 시설에서 나오지 못하도록 꽁꽁 묶은 정부와 그 장애인들이 1시간 지하철과 버스를 멈췄다고 몰아가는 국가 권력”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들은 지난달 혜화서, 용산서, 종로서에 출석했으나 승강기가 설치돼 있지 않다며 건물 앞에서 조사를 거부하고 돌아가기도 했다. 경찰은 승강기가 있는 남대문경찰서를 전장연 사건 집중수사관서로 지정했으나, 전장연 측은 이러한 조치가 차별을 근본적으로 해소하지 못한다며 비판하고 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이날도 조사를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서울경찰청이 관할하는 모든 경찰서에 정당한 편의시설을 제공하겠다는 예산 계획을 밝히거나 모의재판을 통해 판결된 3000만원 벌금을 내면 그때 (조사를) 받겠다”고 했다.
박 대표는 다음 달 5일 오전 7시30분 출근길 시위를 이어갈 것이라고도 예고했다.
조사를 받는 문 소장 등을 제외한 나머지 활동가들 50여명은 기자회견이 끝난 뒤 정부에 장애인 권리를 위한 예산 반영을 촉구하며 청와대를 향해 행진 중이다.